[fn사설]

車업계 감원 공포 르노삼성뿐일까

자동차산업 격변기 진입
변신못하면 생존이 위태

우려했던 자동차 업계의 감원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최근 노조 간부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현재 수준의 생산체제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설명했다고 25일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부산공장 직원 400여명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 및 순환휴직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체 직원 1800여명의 약 20%에 해당하는 수치로, 지난 2012년 이후 7년 만의 대규모 구조조정이다.

이번 결정은 생산절벽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르노삼성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했던 일본 닛산의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 '로그' 주문량 급감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7월 13만9300대의 자동차를 생산했던 르노삼성은 올해 같은 기간 29.1% 줄어든 9만8800대를 출고했다. 연이은 노조 파업을 이유로 지난 3월 르노 본사가 로그 위탁물량을 40%나 줄인 결과다. 신차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음달 로그 수탁계약이 종료되면 르노삼성의 위기는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하다.

이런 결과는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것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한때 3년 연속 무분규 타결에 성공할 정도로 모범적 노사관계를 보였던 르노삼성은 지난해 말부터 60여차례나 부분파업을 벌이며 극한 대립을 이어갔다. 잦은 파업과 노사갈등이 불안요소로 작용하면서 신차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결국 르노삼성의 발목을 잡은 셈이 됐다. 사측이 본사로부터 새로운 위탁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내년 상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문제는 이런 위기상황이 르노삼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쌍용자동차는 이달 초 임원 20%를 내보내고 연봉 10%를 삭감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또 한국GM 창원공장은 물량 부족을 이유로 기존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GM은 이미 지난해 말 1만4800명 감원계획을 발표했고, 포드·폭스바겐·혼다 등도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으며 위기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금 전 세계 자동차산업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여 있다. 차량공유 등의 확대로 산업 판도가 바뀌면서 자동차산업은 향후 10년 내 생존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산업 자체의 위기가 거론되는 마당에 노사가 힘겨루기 형태의 갈등을 이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