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뻥 뚫린 교통의 불편한 진실

최근 우리나라 경제의 각종 지표를 보면 다소 우울하다. 분기별 경제성장 수치나 경상수지 적자폭, 코스피지수 등 대부분의 지표들이 한국 경제의 앞날을 불안하게 본다. 미·중 무역마찰과 일본의 무역규제 등이 외부 요인이라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등이 불안의 가장 큰 국내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이익집단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반전을 위한 혁신방안 실행도 용이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일부 언론을 통해 당장 베네수엘라 같은 패망의 길로 빠지지 않을까 하는 과도한 불안감마저 확산되고 있다.

한편 해외 일부 언론에서는 글로벌 경제가 10년마다 반복되는 위기의 초입에 진입하고 있다는 진단을 통해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마침내 불황이 온다"(A Recession is Coming (Eventurally))는 7월 28일자 뉴욕타임스 기사에서 벤 캐슬만은 2008년에 이은 10년 주기 글로벌 경제위기가 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가 진단에 사용한 4가지 지표는 빠른 실업률 증가, 10년 만기 장기 미국국채 이자율이 3개월 단기채권 이자율에 비해 낮은 현상, 제조업 구매지수 지표 값 45(50 이하면 경제수축), 마지막으로 소비자전망지수 15% 이상 하락 등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개인들은 나름의 경제진단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개인들의 생활 속에서 경제 상황을 진단하는 방법으로 교통혼잡 변화를 유심히 보라고 한다. 원래 혼잡은 개인의 시간·비용 손실과 불편을 유발하고 물류비를 늘리기 때문에 비싼 투자를 통해 반드시 줄여야 할 사회적 비용으로 간주돼 왔다. 하지만 1990년대 국제통화기금(IMF) 원조를 받는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도시공학자들은 경제가 나빠지면 특별한 노력 없이도 교통혼잡이 개선된다는 역설적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1998년 3월 말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도심 통행속도가 6%, 외곽은 27% 개선됐고 추정에 따르면 이는 지하철 200㎞ 이상을 건설한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경제침체로 인한 일자리 감소로 통근수요가 줄면서 이런 혼잡 개선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휴대폰과 차량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기를 활용해 교통혼잡 현상을 관찰하고 이를 통해 경제를 예측하는 인릭스라는 회사는 경제가 활성화되면 혼잡이 악화된다는 것을 해외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세계 100개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경제불황이 심했던 이탈리아와 스페인 도시들이 2012년 교통정체가 각각 40%, 60% 감소한 반면 호황을 누리던 미국 도시는 평균적으로 1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혼잡을 통해 경제를 읽을 수 있는 구체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8년 6년간 서울시 평균 통행속도는 2.5㎞ 감소하며 대부분 기간 혼잡이 지속적으로 심화됐지만 2016~2017년 1년간은 예외였고, 국가 국내총생산(GDP)은 같은 기간 매년 약 3%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2017~2018년에는 성장률이 3.2%에서 2.7%로 같은 기간 가장 크게 감소했다. 좀 더 깊이 연구해봐야겠지만 혼잡이 경기선행지표적 성격을 갖고 있음을 일부 엿볼 수 있다. 내일부터 통근할 때는 차량 내비게이션을 켜 시시각각 변화하는 교통 상황을 관찰하자. 뻥 뚫린 교통의 불편한 진실을 이해하고 잘 활용해 경제불안 시대에 각자 나름대로 슬기롭게 대처했으면 한다.

황기연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전 한국교통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