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한·일 보복의 악순환, 여기서 멈춰야 한다

日 백색국가 배제령 발효
강제징용자 해법 찾아야

일본이 28일부터 한국을 이른바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수출우대국)에서 뺀다.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27일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엄숙하게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내일(28일)부터 (개정된 수출무역관리령이) 시행된다"고 확인했다. 지난 2일 각의에서 의결된 개정안은 공포 절차 등을 거쳐 28일부터 발효된다. 보복의 악순환이다.

일본은 한국의 대화 제의를 또 뿌리쳤다. 이낙연 총리는 27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가 종료하는 11월 23일까지 약 3개월의 기간이 남아 있다"면서 "그 기간에 일본의 부당한 조치를 원상회복하고, 우리는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이 진정한 자세로 대화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일본은 보란듯이 이를 걷어찼다.

지금 같아선 한·일 관계 복원은 요원해 보인다. 일본은 아시아 지도국다운 포용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베 총리 내각은 한국의 잇단 대화 제의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세계 3위 경제대국답지 않은 속좁은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역사갈등을 경제갈등으로 비화시킨 장본인은 다름아닌 일본이다. 경제갈등은 다시 이 지역의 군사·안보 지형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경제보복을 철회하라는 한국의 요구는 타당하다.

그 대신 문재인정부는 강제징용자 판결을 둘러싼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 진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아베 총리는 "한국이 국가 간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요컨대 1965년 청구권 협정에 따라 일제하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한국 정부가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한국이 이 매듭을 풀 해법을 내놓지 않는 한 아베 총리는 꿈쩍도 않을 태세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우선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하는 데서 실마리를 풀어가길 바란다. 지소미아는 한·미 관계에도 미묘한 파장을 미치고 있다. 미 국무부는 25일(현지시간)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미군에 대한 위협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을 상대하기도 벅찬 판에 대미 관계 악화는 우리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이번 사태의 출발점은 강제징용자 갈등이다. 결국 해법도 거기서 찾아야 한다.
감정적 대립은 금물이다. 개정된 수출무역관리령은 언제든 한국 기업에 족쇄가 될 수 있다. 사태 장기화는 최악의 시나리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