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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지친 중국..‘비상계획’ 준비하나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28 17:51

수정 2019.08.28 17:51

트럼프 변덕스런 태도에 ‘실망’..中 협상무산 대비 장기전 준비
美 기업 제재·경기부양책 검토..美 없이 자력생존 경제 구축도
지난 6월 29일 일본 오사카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뉴시스
지난 6월 29일 일본 오사카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뉴시스
지난해부터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단기간에 타협하기 보다는 장기전을 준비한다는 징후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변덕스런 태도에 실망했기 때문인데 미국 내부에서도 이같은 '트럼프식 협상' 전략이 먹히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7월 협상 이후 중국과 보복관세를 주고받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갑작스레 "중국이 다시 협상하자고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상대방이 먼저 전화를 걸었고 협상을 다시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날 중국 외교부는 "양측에 전화 통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해당 발언을 일축했다.

■트럼프 못 믿어, 장기전 대비

블룸버그통신은 27일(현지시간) 중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중국 입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말들이 장기적인 협상을 하는데 핵심적인 장애물이라고 전했다.
관계자들은 정부 내부에서 내년 미 대선 전까지 미·중 무역협상이 가능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합의에 나서자고 조언하는 사람들조차 위험해졌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이 협정문에 서명해 봤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지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은 현재 중국의 협상 전략이 6·25전쟁 당시와 비슷하다며 대화를 하는 동시에 싸우고 싸움을 이용해 대화에 속도를 내려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들은 중국이 미국과 협상이 무산되는 시나리오에 대비해 비상 계획을 준비하고 있고 계획안에 미 기업들을 제재하거나 경기 부양책을 서두르는 조치들이 들어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목록'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며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목록은 미 기업들을 겨냥한 제재 목록으로 중국 측은 미국이 지난해부터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을 제재하자 보복 차원에서 지난 5월부터 공공연히 이를 언급했다.

또한 블룸버그는 중국이 제재와 동시에 미국 없이 자력으로 생존하는 경제 구축에 나섰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26일 베이징에서 중앙재정경제위원회 5차 회의를 주재하고 경제 구조를 현대화 하라고 지시했다. 중국 주재 미 상공회의소의 팀 스트랫포드 소장은 "기업들 입장에서 너무나 불확실성이 만연할 경우 대안을 선택해야 한다. 그 결과 중국에서는 사실상 (미국과) 점진적인 탈동조화가 진행중이다"고 밝혔다.

■위협 더 이상 안 먹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서 비난 받는 가장 큰 원인은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위협이다. 그는 협상이 난관에 부딪치면 지체 없이 트위터나 기자회견을 통해 상대를 위협하는 말과 조치를 쏟아냈고 이후 다시 상대를 협상장에 불러내기 위해 뜬금없는 칭찬을 늘어놓았다.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러한 협상 방식이 캐나다와 멕시코, 한국, 일본과의 무역 협상에서 실제로 도움이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의 중국 담당 대표보를 지냈던 제프 문은 27일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를 통해 이러한 협상 방식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협상은 그가 뉴욕 사업가로 지내온 과거에는 통했을지 몰라도 아직까지 미국의 국익에는 큰 보탬이 되지 않았다"고 평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익명의 미 정부 협상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적어도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500억달러(약 60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물린 조치는 칭찬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조치 덕분에 USTR이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억제할 힘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 이후 강경한 태도와 앞뒤가 맞지 않는 성명을 반복하면서 "지속적으로 실무 협상진을 약화시켰다"고 인정했다. 미국의 보복관세 대상이 되는 중국산 수입품은 올해 말이면 5500억달러 규모가 된다.
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승리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근원적인 가치를 챙기거나 장기적인 전략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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