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과학기술인 자존심을 건 克日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29 17:56

수정 2019.08.29 17:56

[기자수첩]과학기술인 자존심을 건 克日
"모든 부분에 대해 다 해결할 수 없지만 꼭 해야 하는 것은 과학기술로 해내야 한다. 이건 과학기술인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지난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투자전략 및 혁신대책'을 브리핑하면서 했던 말이다. 정부가 내년부터 3년간 5조원 이상의 예산을 소재·부품·장비 R&D에 투자해 핵심품목의 내재화·자립화를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김성수 본부장은 브리핑 중 잠시 울컥한 듯 말을 멈췄다. 목이 메는 것을 가다듬고 곧 말을 이어갔다.
"R&D가 중요한 공공기관에서 일했다. 얼마 전까지 연구기관장도 했다. 누구보다도 책임감이 강하다. 믿음밖에 없다. 저는 분명히 예전과 다를 것이다고 말하겠다."

그도 그럴 것이 김 본부장은 지난 30여년간 연구현장과 정부부처를 넘나들며 공직생활을 해왔다. 과기혁신본부장에 오른지 한달 남짓한 시점에 이번 일본 수출규제 사태가 터졌다. 현재 R&D 혁신정책을 주관하는 공직자로 일본이 저지른 일련의 사태와 그 대책을 마련하면서 가졌던 감정이 순간 드러난 듯하다.

과거 정부에서 새로운 대책이 나올 때마다 '공무원들이 책상에 앉아서 만든 거 뻔하지, 돈만 쏟아붓는 거 아냐,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단어만 바꾸고 재탕 아냐'라는 의심과 불신으로 가득했다.

그는 6월 말 기자들과 식사 자리에서 "과학기술과 R&D의 문제점을 현장에서 답을 찾아 정부정책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브리핑 현장에 있던 과기정통부 국·과장들은 김 본부장이 이번 대책을 위해 관계부처와 기업, 연구실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고생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일본 수출규제 사태 대응책을 찾기 위해 자신이 했던 말을 직접 실천했다.

지금껏 경제에만 집중했던 우리나라 정치권과 정부, 국민들까지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를 겪으면서 과학기술로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과학기술과 R&D가 이슈의 중심에 섰던 적이 최근 얼마나 있었을까. 이제 과학기술이 '극일'의 중심에서 R&D정책의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어 보여줄때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정보미디어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