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황교안의 기득권 포기, 감동 줄까

요즘 보수통합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보수통합을 위해선 기득권을 내려놓으라는 목소리도 뒤따른다. 그런데 아직은 두루뭉술하다.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보수통합 주도권을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보수진영에서 잇따랐다.

결국 황 대표에게 책임지고 보수통합을 이끌라는 중지가 모아진 셈이다.

이로써 황 대표는 그동안의 검증과는 차원이 다른 시험대에 올랐다. '일단 당신이 해봐라. 그 대신 못하면 끝이다.' 딱 이런 상황이다.

황 대표는 먼저 자신부터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그는 최근 보수통합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우리가 같이 내려놔야 된다. 내려놓지 않고선 통합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것들은 추후 협의 과정에서 이뤄질 것이라 말을 아꼈지만 황 대표가 말하는 '내려놓는 것'은 내년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로 좁혀진다는 게 한국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적어도 비례대표로 이름을 걸어놓는 방안은 배제될 듯하다. 대권이 목표인 황 대표로서도 굳이 의원 배지 한번 달아보는 게 의미는 없을 것이다.

다만 황 대표가 이제 막 통합에 시동을 걸고 있으나, 추진력은 좀체 살아날 기미가 없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등 보수진영에서도 다른 스펙트럼을 가진 인사들이 한곳에 뭉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앙금이 쌓인 친박계 중진과 비박계 중진이 의기투합하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래도 황 대표의 기득권 포기 제안이 보수진영 인사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위기 신호로 읽힌다.

최근 들어 많은 정계 인사들을 만난 황 대표는 이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자유우파 정당들이 나뉘어 있는데 그 정당들의 리더나 구성원이 내려놓지를 못해 통합의 물꼬를 트지 못하고 있다."

황 대표는 유 전 대표와 조 대표 등 주요 인사는 물론 당내 중진 의원들을 겨냥, 에둘러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은 듯하다.

상황이 이렇자 당 내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당 일각에선 시뮬레이션 결과 현 상황을 유지한 채 내년 총선을 치를 경우 70석을 밑도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작은 이슈에도 흔들리는 예민한 수도권에서 한국당이 참패하는 것은 물론 결과적으로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만 선전하는 'TK 자민련'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대구에 기반을 둔 유승민 전 대표의 서울 출마, 한국당 중진들의 험지 출마, 불출마 선언 등 자기 희생을 수반한 기득권 포기는 내년 총선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황 대표의 보수통합 추진이 실패한다면 결과적으로 보수통합은 내년 총선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살아남은 사람끼리 보수통합을 하자고 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보수진영의 인적 물갈이는 이뤄질 수도 있다. 물론 규모는 작겠지만 말이다.
그때 가선 아마 한국당이 보수의 정통성을 이어받았다는 명분으로 헤쳐모일 수도 있다.

모두 가정이다. 일단 현재 보수진영에서 힘을 실어준 황 대표가 기득권 포기 카드로 이번에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단순한 반문재인 연대 움직임만으로는 총선에서 선전하기 힘들 듯하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