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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3마리 뇌물, 승계작업도 있어"…대법 판단 배경은

뉴시스

입력 2019.08.29 20:07

수정 2019.08.29 20:07

"말 3마리, 최순실 요구로 소유권 이전" 승계작업 존재 인정…"부정한 청탁 있어" 재산국외도피는 무죄…실형 면할 가능성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선고를 시작하고 있다. 2019.08.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선고를 시작하고 있다. 2019.08.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대법원이 29일 박근혜(67) 전 대통령과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 최순실(63)씨 상고심에서 삼성의 승마지원 등을 둘러싼 뇌물에 답을 내리면서 국정농단 사건 한 단락이 마무리됐다.

대법원은 말 3마리는 뇌물이 맞으며,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도 삼성 승계작업 도움 대가로 제공된 뇌물이라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말 3마리는 뇌물"…대법원, 최순실 소유 인정

대법원은 '말 소유권을 최씨에게 넘어갔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 부회장 2심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말 소유권 이전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우선 삼성은 말 소유권이 삼성전자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국제승마연맹 말 패스포트 마주(馬主)란에 삼성전자를 기재했고, 최씨에게 마필 위탁관리계약서 작성까지 요구했다.


이에 최씨는 "윗선에서 삼성이 말을 사주기로 다 결정이 났는데 왜 삼성 명의로 했냐"며 화를 냈고,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2015년 11월15일 "기본적으로 원하시는 대로 하겠다. 결정하는 대로 지원하겠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최씨가 이같은 반응을 보인 건 말 소유권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박 전 사장의 언행에 비춰 삼성도 최씨가 말 소유권을 원한다는 걸 알았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이 2014년 9월15일 이 부회장과 단독 면담에서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삼성에서 맡아주고, 유망주들을 적극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고, 다음해 7월25일 면담에선 삼성의 승마지원이 부실하다며 질책한 배경도 들었다.

면담 후 이 부회장이 박 전 사장에서 포괄적 지시를 내렸고, 그런 상황에 박 전 사장이 최씨가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하면서 양측 간 의사 합의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출처=뉴시스/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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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나·라우싱 구매 때 삼성 내부 기안문에 패스포트와 소유주 부분을 삭제했고, 자산관리대장에 유형자산으로 등재하지 않은 점도 삼성이 말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정농단 의혹 제기 이후 최씨 뜻대로 '말 세탁'을 하는 과정을 보더라도 말 처분 관련 실질 권한이 최씨에게 있었다고 봤다.

대법원은 "단독 면담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승마지원 요구를 받은 삼성은 (지원을) 신속하게 진행했다"며 "삼성으로선 최씨가 만족할 수 있도록 원하는 대로 뇌물을 제공하되, 외부에 드러나지 않게 하는 게 중요 관심사였다"고 지적했다.

◇"삼성 승계작업 있었다"…영재센터 제3자뇌물도 유죄

대법원은 최씨 2심 재판부의 승계작업 관련 판단을 모두 인정하며, 삼성의 영재센터 지원이 부정한 청탁을 대가로 제공된 뇌물이라고 봤다.

승계작업을 '이 부회장이 최소한의 개인자금으로 핵심 계열사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하는 방향의 지배구조 개편'으로 정의하고, 환경 변화에 따라 내용이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또 영재센터 지원이 승계작업 도움 대가라는 공통의 인식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권한으로 승계작업을 도와달라는 건 사회상규나 신의칙에 위배되는 행위라고도 지적했다.

대법원은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이 부회장 지배권 강화를 위해 조직적으로 승계작업을 진행했고, 대통령 권한이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며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됐고, 부정한 청탁 내용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승계작업 일환으로 이뤄진 구체적인 현안과 대가관계를 특정해 증명할 필요는 없고, 청탁 당시 현안이 발생했어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왼쪽부터)박근혜 전대통령,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DB) 2019.08.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왼쪽부터)박근혜 전대통령,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DB) 2019.08.29. photo@newsis.com
◇재산국외도피는 무죄…실형 면할 가능성 커져

다만 대법원은 승마지원 과정에서 재산을 국외로 도피한 혐의는 전부 무죄로 판단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 등이 독일 KEB하나은행 코어스포츠 계좌에 승마지원 용역대금을 송금하면서, 지급사유에 '컨설팅서비스'를 적는 등 방법으로 37억3484만원 규모 허위 지급신청서를 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 2심은 뇌물 수수자인 최씨가 해외에서 제한 없이 용역대금을 관리한 반면, 삼성은 임의로 해당 자금을 사용할 수 없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판결 이유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도피 등 관련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하거나 논리와 경험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판단을 유지했다.

정씨 지원 말 구입비용 42억5946만원 상당을 삼성전자 승마단 경비인 것처럼 허위 예금거래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한 혐의도 "신고서 제출 당시 기준으로 예치사유에 허위가 없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특경법상 도피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에 처해져, 혐의 전부 유죄로 인정받을 경우 이 부회장은 작량감경을 거쳐도 징역 5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게 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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