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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국 업체끼리 美서 배터리 소송, 꼭 이래야 하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30 16:58

수정 2019.08.30 16:58

한국 업체끼리 배터리 전쟁이 불붙었다. 그것도 미국에서다. SK이노베이션은 30일 특허침해를 들어 LG화학과 미국 자회사인 LG화학미시간 그리고 LG전자를 제소했다고 밝혔다. LG화학과 자회사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연방법원에, LG전자는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앞서 지난 4월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ITC와 델라웨어지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배터리 전쟁은 국내에서도 진행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에 LG화학을 상대로 채무부존재(영업비밀 침해 없음) 확인과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SK 측은 외국에서 소송을 내면 국익이 훼손될 수 있어 국내 법원에 제소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양사의 진검승부는 머나먼 미국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두 회사 다 할 말이 있다. LG화학은 2차전지 기술의 선두주자다.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2차전지, 곧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그런데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자꾸 LG화학에서 사람을 빼간다는 것이다. 혁신기술 분야에서 인력 유출은 곧 영업비밀 유출로 이어진다. LG화학이 미국에서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한 이유다.

SK이노베이션의 이야기는 다르다. LG화학에서 몰래 사람을 빼간 게 아니라 정상적인 채용절차를 밟아 경력자를 채용했다는 것이다. 사실 양사 평균 연봉을 비교하면 SK이노베이션이 수천만원 높다. SK이노베이션은 기술력에도 자신감을 보인다. LG화학 등을 특허 침해를 이유로 제소한 데는 그런 자신감이 배어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싸움은 마치 한·일 관계를 연상시킨다. 두 나라는 보복의 악순환에 빠졌다. 서로 자기 주장만 내세우면서 작은 이익에 집착한 나머지 더 큰 손해를 보고 있다는 걸 모른다. 한·일 양국이 싸우면 중국만 어부지리를 얻는다. 우리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길 바란다. 이미 CATL, BYD 같은 중국 경쟁사들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강자다.

5년 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탁기를 놓고 크게 싸웠다. 맞소송이 줄을 이었다.
싸움은 6개월 뒤 소송취하 합의로 간신히 종결됐다. 당시 두 회사는 "엄중한 국가경제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데 힘을 모으자는 최고경영진의 대승적인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대승적인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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