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한국투자를 꺼리는 이유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02 16:57

수정 2019.09.02 16:57

[기자수첩]한국투자를 꺼리는 이유
"한국 정부의 경제전략에 근본적 의문이 있다."

최근 만난 글로벌 사모펀드(PEF) 고위 관계자는 한국에 대한 신규 투자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현재 상황으로는 미래에 높은 성장을 이뤄낼 것이라는 기대가 희박하고, 투자 역시 주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카오를 제외하면 전 세계 합계출산율 1.0명 미만으로 초고령화가 예상되는 나라, 중후장대 산업의 부실을 정치 때문에 내버려둔 나라가 한국의 현주소라고 단언했다. 글로벌 투자자가 유입되려면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노동생산성 향상, 관치금융 타파 등의 시그널이 필요하다고 봤다. 정부가 주도하는 혁신금융, 탈(脫)일본과 극(克)일본으로 대표되는 소재산업 육성은 하나의 대책일 뿐 근본적 해법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국내외 42개 기관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지난달 기준 2.0%로 전월(2.1%)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다. 1%대로 제시한 곳도 11곳이 된다.

한국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보는 것은 국내 기관투자자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은 오는 2024년까지 국내채권과 주식 비중을 각각 45.3%에서 35%, 18%에서 15%로 줄이기로 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자국 편중(home bias)이 심각하다"고 밝힌 바 있다. 포트폴리오 조정을 내세우고 있지만 미래성장률 둔화로 한국이 투자처로서 매력을 잃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걸핏하면 강성 노조에 생산이 중단되고, 이를 정부가 용인하는 분위기는 글로벌 관점에서 리스크가 높다"며 "목표수익률을 위해서라도 한국에 들여온 자본을 빼 잠재성장률이 높은 국가로 이전하는 것이 투자에 유리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의 한국 포비아(공포증)는 결국 미래가 안 보인다는 데 있다. 현재를 위한 복지보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혁신이 시급하다.
이대로는 미래세대에 부담이 전가되고, 그로 인한 가치 하락은 자본을 한국에서 떠나게 할 뿐이다.

ggg@fnnews.com 강구귀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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