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투어리즘 포비아' 태화강 국가정원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02 16:57

수정 2019.09.02 16:57

[기자수첩] '투어리즘 포비아' 태화강 국가정원
서울 북촌 한옥마을, 전남 여수시, 이탈리아 베네치아. 몇 년 전부터 이들 3곳을 상징하는 말은 바로 '투어리즘 포비아(Tourism Phobia)'다. 유명 관광지에서 생활하는 기존 주민들이 관광객들로 인해 겪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힘든지를 잘 보여주는 신조어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미명 아래 국내는 물론 전 세계가 관광산업에 목을 매다보니 이처럼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이 최근 순천만에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면서 울산시가 고무돼 있다. 그런데 벌써부터 이 같은 투어리즘 포비아 조짐이 보이고 있다.

태화강 북단인 울산 태화동 일대에는 태화강 둔치를 이용한 인조잔디 축구장 3곳을 비롯해 각종 생활체육시설이 설치된 곳으로 주민뿐만 아니라 울산 시민의 애용공간으로 자리잡아왔다.
하지만 국가정원으로 지정도 되기 전 울산시의회 한 시의원이 축구장을 이전하고 관광객을 위한 주차장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울산지역 축구동호인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벌써 1곳은 빼앗긴 상황이다. 국가정원 지정 후 관광객 때문에 울산 시민이 고스란히 피해를 본 첫 사례인 셈이다.동네 주민들도 위기에 처했다. 일대는 평소에도 극심한 주차난을 겪고 있는 곳이지만 강변을 따라 들어선 상가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대형주차장이 설치되고 관광객이 몰려올 경우 매일같이 대형버스 등 차량들이 뿜어내는 매연, 교통정체 등에 시달릴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되살아난 태화강 일대의 생태계가 걱정이다. 이곳은 주변에 여름이면 1만여마리의 백로 등 여름철새와 5만마리 이상의 떼까마귀가 찾는 곳이다. 강 건너 새들의 둥지와 불과 100m 떨어진 곳 축구장 3개 크기의 면적에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바닥이 깔리고, 매연을 뿜어내는 버스들로 가득 차게 된다.

돈에 눈이 멀면 그보다 뛰어난 가치를 훼손하게 된다.
순천국가정원이 관광객 유치로 돈을 많이 번다고 울산도 그대로 따라가는 어리석음은 지양해야 한다. 당초 태화강 정원 조성 계기와 주된 목적은 울산 시민의 윤택한 삶과 생태계 복원이었다.
일부 상인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지금이라도 관광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이고 관광객보다는 주민이 우선돼야 한다는 인식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ulsan@fnnews.com 최수상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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