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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길 잃은 국민연금 개혁, 대통령 의지에 달렸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02 17:29

수정 2019.09.02 17:29

정부·경사노위 떠넘기기
선거 앞둔 국회도 무관심
국민연금 개혁이 길을 잃었다.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지난주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단일안 마련에 실패했다. 대신 다수안 1개, 소수안 2개 등 모두 3개안을 국회에 보고했다. 당초 정부는 경사노위에 4개안을 제시했다. 경사노위는 이를 3개로 줄였을 뿐이다. 이래서야 국민연금 개혁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애초 복지 전문가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개혁에 의욕을 보였다. 복지부는 전문가 그룹인 제도발전위원회에 개선안 마련을 요청했다. 위원회는 1년 논의 끝에 지난해 8월 국민연금이 바닥을 드러내는 시기를 늦추려면 보험료율을 대폭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청와대가 제동을 걸었다.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보험료 인상 부분이 국민의 눈높이에 가장 맞지 않는다고 대통령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복지부의 의욕은 뚝 꺾였다. 복지부는 전문가 의견 대신 청와대 지시를 따랐다. 지난해 12월에 내놓은 수정안은 4개안을 담았다. 그중 하나는 '현행유지안'이다. 그러곤 경사노위에 공을 넘겼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조차 없는 경사노위라고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경사노위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둘러싼 재계와 노동계 간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국민연금 개혁은 누군가 욕 먹을 각오를 하고 총대를 메도 쉽지 않은 과제다. 2007년 참여정부에선 유시민 복지부 장관이 직을 걸었고, 노무현 대통령이 뒤에서 밀어줬다. 그런데도 개혁은 반쪽에 그쳤다. 끝내 보험료율(9%)은 손도 대지 못했다.

문재인정부는 소득대체율은 높이되 보험료율은 그대로 두고 싶어한다. 요술방망이가 있다면 모를까 이런 일은 현실에선 일어나지 않는다. 참여정부 때 이뤄진 부분개혁에 따라 소득대체율은 올해 45%에서 2028년까지 40%로 낮아진다. 소득대체율을 현행 45%로 유지하고 싶다면 보험료를 더 내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국민연금 개혁은 국회에서 법을 바꿔야 한다. 그러나 여도 야도 궂은일에 발 벗고 나설 것 같지 않다. 더구나 내년 4월엔 총선이다.
정치권은 일단 선거를 치르고 보자며 뭉그적댈 가능성이 높다. 세계 최고의 저출산·고령화 추세 속에서 문재인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연금을 개혁할 뜻이 있다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그렇게 해도 성공할 확률은 반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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