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외국인이 판 종목 그대로 기관이 샀다

이정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02 18:07

수정 2019.09.02 18:07

삼성전자·휠라코리아·이마트 등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 사들여
"저렴해진 대형주 매수 나선 것"
외국인이 판 종목 그대로 기관이 샀다
미중 및 한일 무역갈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기관이 수급을 이끄는 모습이다. 기관은 지난달 이후 2조3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코스피지수를 떠받쳤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07% 오른 1969.19로 장을 마감했다. 8월 이후로는 2.7% 내렸다. 이 기간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2469억원, 2조4178억원의 매도 우위를 나타낸 가운데 기관은 2조335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특히 기관은 8월의 끝자락인 26~30일에는 전기·전자와 금융을 중심으로 519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기관은 삼성전자를 사는데 집중했다. 지난달 이후 기관이 사들인 삼성전자 주식은 9941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주가는 3.4% 하락했는데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1조2636억원어치 팔아치웠기 때문이다. 기관은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외국인 순매도 상위종목을 그대로 순매수 상위종목에 올려놓았다. 기관은 코덱스200, 휠라코리아, 신한지주, SK텔레콤, 하나금융지주, 포스코, 이마트 등을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기관이 '증시를 떠받친다'는 해석보다는 외국인이 불가피하게 팔아야 하는 국면에서 기관이 저렴하게 사는 상황으로 풀이했다.

최석원 SK증권리서치 센터장은 "지난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EM)지수에서 한국 비중이 줄어들면서 외국인 측면에서는 국내 주식 비중을 줄여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또 벤치마크 플레이에 대형주가 많이 들어가 있을 것"이라며 "가격과 무관하게 팔아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관투자자는 저렴해진 대형주를 사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과거 금융위기 때 외국인들이 팔아치우는 주식을 기관이 사두자 추후 이익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는 경험도 한몫한 것으로 진단했다.


수출이나 기업의 이익이 나아지기 전까지 당분간 외국인들의 팔자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 센터장은 "전체적으로 우리나라 수출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에서 37% 정도 차지하는데 대기업들이 수출에 의존적"이라며 "수출이 줄면 기업의 이익이 나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말부터 수출 증가세가 9개월째 마이너스인데 3·4분기까지는 매도 국면이 이어지고, 4·4분기 말에나 완화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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