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청약광풍, 결국 희망고문?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05 17:41

수정 2019.09.05 17:41

[기자수첩] 청약광풍, 결국 희망고문?
"얼마 전 위례 아파트 단지에 청약 신청했는데 떨어졌어요. 청약가점이 얼마냐고요? 69점이에요. 4인가족 만점이거든요. 정말 너무하지 않나요?"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오픈한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사당3구역)' 견본주택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청약계획을 묻는 기자에게 울분을 터뜨렸다. 두 아이를 키우며 장기전세주택(시프트)에 살고 있다는 이 여성은 자금사정이 넉넉지 않아 공공택지나 분양가가 저렴한 단지 위주로 청약을 넣을 수밖에 없는데 번번이 당첨에 실패한다고 하소연했다.

요즘 현장을 다니다보면 말 그대로 '청약광풍'이 불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낀다.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예고 이후 서울을 벗어나 주목을 받지 못했던 지역까지 열기가 확산되고 있다. 5일 1순위 청약접수를 한 '송도 더샵 센트럴파크 3차'는 258가구 모집에 5만3181명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 206대 1을 기록했다. '부천 일루미스테이트' 일반분양 1647가구에 1만6405개의 1순위 청약통장이 몰렸다.


경쟁률이 치열해지면서 청약 당첨가점은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의 청약 당첨가점은 평균 50점으로 조사됐다. 5일 당첨자를 발표한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의 당첨 커트라인 평균은 67.06점이었다. 평균 최저가점은 56.33, 평균 최고가점은 79점을 기록했다.

견본주택에서 만난 방문객은 대부분 '구조가 답답하다' '유상옵션이 너무 많다' '별로 저렴한 것 같지 않다'는 불만을 털어놓으면서도 "그래서 청약신청 안하실 건가요"라고 물으면 "그래도 해야죠"라고 말한다. 천정부지로 비싸진 기존 아파트는 살 수 없으니 낮은 분양가로 내집 마련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런 기대감으로 8월 청약통장 가입자는 전체 인구의 절반 수준인 250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서울지역 청약종합저축 가입자가 한달 새 2.8배 급증했다.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재건축·재개발 사업 지연으로 일반분양 물량이 줄어들면 청약경쟁률은 더 높아질 것이다.
청약당첨을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희망고문'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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