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규모·업종별 임금 격차, 꼭 공개해야 하나

정부가 올해 말부터 기업 규모별, 업종별 임금격차를 공개하기로 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5일 당정협의를 거쳐 이 같은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전국의 1인 이상 사업체 중 3만곳의 근로자 100만여명을 대상으로 연 2회 임금실태를 조사한다. 기업 규모와 업종뿐만 아니라 근로자 성별, 연령, 학력, 근속연수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평균임금과 분포 상황을 산출해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노사 자율로 임금격차를 해소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금분포 실태 공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항인 '임금분포 공시제'의 일환이기도 하다. 임금실태를 주기적으로 공개함으로써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성별, 직무별 등에 따른 과도한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근로자의 임금협상력을 높여주려는 뜻도 담겨 있다.

재계는 여기에 반발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반발이 심하다. 기업 경영활동의 자율성을 제약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임금 책정은 기업 경영전략의 핵심적 부분이다. 기업의 속살을 내보이라는 것과 같아서 강한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개별기업의 임금정보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문제가 있다. 임금분포가 주기적으로 공개되면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중소기업은 임금인상 압박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잖아도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 과다인상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임금압박을 주는 것은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중소기업은 임금인상 여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노사갈등만 키우는 결과가 되지 않겠는가. 근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만 키울 것이다. 구직자의 중소기업 기피심리를 조장할 공산이 크다.

경제통계는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로만 활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시장을 압박하는 용도로 통계를 사용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임금격차를 주기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격차 해소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역기능만 키울 위험이 다분하다. 정부는 임금분포 공시제를 재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