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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차등의결권 도입 이를수록 좋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06 18:02

수정 2019.09.06 18:02

정부가 벤처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하반기 경제활력 보강 추가 대책'을 확정·발표했다. 정부의 시간표대로라면 이달 중 구체적 방안을 마련한 후 관련부처 간 협의를 거쳐 늦어도 올해 안에는 입법을 추진하게 된다.

차등의결권은 벤처업계의 숙원이었다. 이는 증자를 통한 자금조달 과정에서 창업자 지분이 낮아져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 노출되는 것을 막고, 창업자가 장기적 비전 아래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게 하기 위한 제도다. 지난 2월 청와대에서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가 열렸을 때도 벤처기업인들은 벤처생태계 조성을 위한 규제혁신 방안의 하나로 이 제도 도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한 바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의 하나인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도 기회 있을 때마다 이 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일부 시민단체는 공정경제에 역행한다는 이유로 차등의결권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유럽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오래전부터 기업이 경영권 방어수단의 하나로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본도 관련법 개정을 통해 이미 지난 2005년부터 차등의결권을 허용하고 있으며, 홍콩과 싱가포르도 지난해부터 차등의결권 제도를 채택했다. 또 '상하이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스타트업 전용증시 '커촹반(科創板)'을 최근 개설한 중국도 혁신기술 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을 허용했다.

경영권 위협에 노출된 기업이 벤처와 스타트업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제도 적용대상을 일반기업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차등의결권은 각 기업의 경영성과에도 꽤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이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나스닥 상장사 110개사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이들 기업의 매출은 시장평균의 2.9배, 영업이익은 4.5배, 고용은 1.8배 높았다.
경영권 안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기업 성장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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