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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실형' 근거는 진술 신빙성·위력…추행·간음 혐의 9개 '유죄'

뉴스1

입력 2019.09.09 13:04

수정 2019.09.09 15:33

2019.9.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2019.9.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대법원이 비서 성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54)에게 징역형의 실형을 확정했다. 지난해 3월 피해자 김지은씨가 한 종합편성채널 인터뷰를 통해 피해를 주장한지 1년 6개월여만에 내려진 결론이다.

이번 실형 확정 배경으로는 '성인지 감수성' 판례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고,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해 피해자와 성관계를 했다는 원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인 점이 우선 꼽힌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9일 피감독자간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안 전 지사의 유·무죄를 가른 결정적 요인은 피해자 진술 신빙성 및 위력 행사 여부였다.

지난해 8월 1심 재판부는 "김씨 진술도 의문점이 많다"며 10개 혐의 전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지난 2월 2심 재판부는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진술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세하고 모순되는 부분도 없다"며 이 중 9개를 유죄로 봐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


1심은 "안 전 지사가 유력 정치인이고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거명되는 지위 및 도지사로서 별정직 공무원인 피해자의 임면 등 권한을 갖고 있다"고 위력의 존재는 인정하면서도 이를 행사하진 않았다고 했다.

또 김씨가 안 전 지사가 좋아하는 순두부집을 찾으려 애쓰고 평소처럼 대화를 나눴다며 진술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여성단체에선 '행사되지 않고 존재만 하는 위력'은 없고, 법원이 '피해자다움'을 요구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항소심은 "피해자는 지방 별정직 공무원이란 신분상 특징과 비서라는 관계로 인해 지시에 순종해야 했고, 안 전 지사는 이런 사정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러 김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며 위력의 존재와 행사, 김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 혐의 10개 중 9개를 유죄로 뒤집었다.

특히 항소심에선 1심과 달리 피해자 진술은 일관된 반면 안 전 지사 진술은 여러 차례 번복됐음을 지적하는 등 안 전 지사 진술의 신빙성도 따졌다.

김씨의 폭로 직후 페이스북에 "모두 제 잘못이고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 입장은 틀렸다"는 글을 올린 안 전 지사는 검찰 조사에선 "불륜과 간음에 대한 사과였다"고 말을 바꿨다. 2심 재판 과정에선 김씨와 연인 관계였다면서도 구체적으로 관계에 이르게 된 과정을 얼버무리는 등 합리적이거나 일관된 진술을 하지 못했다.

이처럼 하급심 판단이 엇갈린 가운데 대법원은 기존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따라 1심이 아닌 항소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법원이 성폭행 등 사건을 심리할 땐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건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1심도 해당 판례를 인용하고 판단 기초로 삼긴 했지만, 안 전 지사보다 피해자 진술 신빙성을 주로 따지며 증명력을 배척한 점을 고려해 2심 판단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부분에 대해서도 "안 전 지사 지위나 권세는 피해자 자유의사를 제압하기 충분한 무형적 세력"이라며 "업무상 위력으로 피해자를 간음 또는 추행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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