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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국GM 노조 파업, 세상물정을 이리 모르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09 16:49

수정 2019.09.09 17:42

각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국GM 노조가 파업의 길을 선택했다. 9일 한국GM 노조는 예정대로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전면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한국GM 노조가 부분파업이 아닌 전면파업을 하는 것은 지난 1997년 대우자동차 시절 총파업을 한 이후 22년 만이다. 노조는 기본급 5.65% 일괄 인상을 비롯해 통상임금의 250% 성과급 지급, 650만원 격려금 책정 등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최근 5년간 4조원에 달하는 적자가 발생하는 등 경영상황이 악화돼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한국GM 노조의 파업 결정에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이번 파업이 GM 본사의 한국 철수론에 명분만 제공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GM은 지난해 말 전 세계 직원 중 1만명 이상을 줄이고, 북미·해외 공장 7곳을 폐쇄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달 말 한국을 방문한 줄리언 블리셋 미국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파업이 계속돼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면 물량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 세계 자동차 업계는 '카마겟돈'(자동차와 종말을 뜻하는 아마겟돈의 합성어) 공포에 휩싸여 있다. 자율주행, 차량공유 확산 등으로 완성차 업계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생산을 줄여야 하는 생산절벽 위기에 내몰려 있다.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는 유럽 내 공장 6곳을 폐쇄하는 등 내년까지 인력 1만2000명을 감축하기로 했고, BMW는 올해 안에 4500명, 닛산과 폭스바겐은 오는 2023년까지 각각 1만2500명과 7000명을 감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파른 임금인상을 내세우며 전면파업에 나서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인지 의문이다.

한국GM 노조는 현재 회사가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긴급수혈로 근근이 사업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선 안된다.
지난해 철수론이 불거졌을 때 정부는 산은을 통해 8000억원 긴급자금 투입을 결정했다. 산은이 한국GM에 지원한 자금은 국민의 혈세나 다름없는 공적자금이다.
한국GM 노조가 국민혈세 투입 1년여 만에 또 파업을 벌인다는 따가운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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