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文대통령, 수소차 넥소 타고 '극일현장' 갔다(종합2보)

뉴스1

입력 2019.09.10 14:52

수정 2019.09.10 16:35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울산 북구 중산동 이화산업단지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친환경차 부품 울산공장 기공식에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울산시 제공) 2019.8.28/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울산 북구 중산동 이화산업단지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친환경차 부품 울산공장 기공식에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울산시 제공) 2019.8.28/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진성훈 기자,김세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우리 소재·부품을 연구·지원하는 현장들을 찾아 "한일 간 문제를 넘어서 글로벌 차원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최근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수출절차 우대국)에서 배제한 조치에 대해 계속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30분쯤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 위치한 '소재·부품 수급대응 지원센터'를 최근에 전용차로 마련한 수소연료전지차 '넥쏘'를 타고 예고 없이 깜짝 방문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27일 역대 대통령 전용차 중 처음으로 수소차를 채택하고, 향후 방탄 등 차량 내·외부를 정비해 평시 출·퇴근 및 청와대 일상 업무에 사용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KIST에 내린 후에도 미소를 띄고 넥쏘를 둘러보기도 했다.

해당 센터는 지난 7월 일본 수출 규제 조치에 대응하고자 만들어진 민관 합동 조직으로,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대기업으로 국내 처음으로 유턴한 곳을 찾은 후 2주 만에 극일 현장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최근 수출 규제 조치로 소재·부품·장비 공급의 불확실성이 확대돼 기업들의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센터가 '대(對)기업 창구'로서 역할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센터 직원들이 현장 애로 발생 시 '원스톱'으로 신속히 해결해 줄 것을 부탁하면서 격려했다.

이 자리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해, 전날 임명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김상조 정책실장과 이호승 경제수석, 강성천 산업정책비서관 등이 함께 했다.

문 대통령은 먼저 황수성 부센터장의 활동 설명을 듣고 난 후 '(기업에서) 애로들이 많이 접수되나' '관련 기관들이 모두 다 나와 있는데 지금은 원스탑으로 해결을 할 수 있겠나' '소재 부품의 국산화와 자립화, 공급처 다변화까지 지원하나' 등 센터 현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었다.

특히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한 피해 사례와 관련해 "아직까지 피해가 발생한 사례는 아마 없을테지만 앞으로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니 안이하게 생각하지 않고 긴장하면서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센터의 향후 역할과 관련해 "본래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한 중소기업들의 애로 해결하는 데 지원해주기 위해 범정부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차제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욕심 같아선 아예 부품 소재 장비의 기술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방문 당시 센터를 찾은 '한솔케미칼' 관계자들의 고민을 듣고자 부스 내 의자를 직접 가져와 착석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이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애로가 와서 왔나' '기왕에 그런 대기업들하고 납품 거래 관계가 있나' 등으로 상세히 물은 뒤 "중소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더라도 대기업에서 사용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소기업 입장에선) 처음부터 대기업의 공정과 맞춰나가야 할 것"이라면서 "(이들의) 이야기 들어보니 마음이 놓인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센터 관계자들을 향해 "(중소 기업이) 필요하면 대기업과 연결을 해주고, 혹시 기존 특허와 연관되는 문제가 있다면 그런 쪽도 법적 검토를 해달라"고 주문하면서 금융 역할과 관련해 "공기와 같이 상당히 기본 인프라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직원들에게 "눈치 보지 말고 출산 휴가 등을 다 활용하길 바란다"고 전하고 센터 근무자들의 야식비를 직접 챙겨달라고 성 장관에게 언급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이날 오전 9시30분쯤엔 서울 성북구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소재부품 연구 현장을 방문한 후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이번 KIST 방문엔 전날(9일) 문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비롯,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의 이병권 원장과 장준연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등이 함께했다.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비서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 이공주 과학기술보좌관 등이 참석했다.

이번 방문은 문 대통령이 전날 2기 내각 구성을 마무리한 만큼, 향후 일본 수출규제 조치 대응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다짐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KIST 내로 들어가 장 소장으로부터 일본 수출 규제 관련 현황과 우리 연구 성과를 들었다. 문 대통령은 "제가 여기에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선 질문할만한 수준이 도저히 안 된다"고 운을 떼면서도 "차세대 반도체를 미래 먹거리로 가져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양산을 할 수 있는 전문 인력들이 필요하며, 이들이 적시 적소에 (배치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 소장에게 전문 인력들이 충분히 배치되고 있는지 꼼꼼하게 물어보면서, 동행한 최 장관에 대해선 "반도체 석학으로 모셨다"고 치켜세웠다.

문 대통령은 이후 MBE(Molecular Beam Epitaxy, 분자선 에피택시) 실험실을 찾아 설명을 듣고 현장 연구원들과 악수하며 격려했다. 특히 현장 관계자들에게 "우리 기대가 크다"며 "우리 미래를 이끌어 나가는 것인데 더 잘해 주시기 바란다"고 격려했다. 노영민 비서실장을 향해선 "우리 노 실장이 차세대 반도체는 좀 전문이다"고 말했고 이에 노 실장은 "전문은 아니다. 중요하다는 것만 안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실험실 방문 후 서명록에 '추격국가에서 선도국가로, 과학기술의 힘으로!'란 글을 남겼고 이후 넥쏘에 탑승해 같은 장소에서 열린 국무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오전 10시쯤 회의를 주재한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는 경제 강국을 위한 전략 과제"라며 "한일 관계 차원을 뛰어넘어 한국 경제 100년의 기틀을 세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를 통해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안을 의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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