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새로운 불황의 세 가지 특징

지금 한국 경제의 상황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불황'이다. 한두 달 전만 해도 아무리 못해도 올해와 내년에 2%대 중반 정도의 경제성장률은 나오겠지 하면서 희망을 품었지만 그 희망이란 거, 깔끔하게 책상 밑 휴지통에 버렸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누구의 책임인지 모르겠으나 경제가 너무 심하게 망가지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경제성장률이 3%에서 2%로 1%포인트나 사라지게 생겼다. 누가 뭐라고 해도 지금 우리는 불황 국면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지금 우리가 마주 서고 있는 불황을 처음 경험해 본다는 점이다. 이 새로운 불황은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불황의 원인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 과거 우리가 경험했던 오일쇼크,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의 불황은 원인이 뚜렷했다. 그런데 지금의 불황은 경제를 흔들 만한 뚜렷한 외부충격이 없다. 일부에서 미·중 무역분쟁, 한·일 경제전쟁을 말하지만 그 영향이 실물지표에 제대로 반영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또 일부에서는 현 정부의 노동정책이나 기업정책 등을 말하기도 하지만, 지금 불황의 주된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둘째, 우리가 앞으로 버텨내야 할 불황의 시간은 지칠 만큼 충분히 길 것 같다. 그동안 한국 경제가 겪었던 불황은 대부분 침체 강도는 심했지만 비교적 짧은 시간에 끝나는 특징을 가졌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회복되는 'V'자형의 사이클을 보여주었다. 외부충격이 너무 커서 경제가 크게 흔들렸지만, 내려가는 속도만큼이나 올라오는 속도도 빨랐다. 그때는 그만큼 우리의 체력이 좋았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펀더멘털은 너무 취약하다. 가계의 구매력, 기업의 투자 여력, 정부의 재정 여력 모두 오래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래서 내려가는 속도보다 다시 올라가는 속도가 훨씬 느릴 가능성이 있다. 셋째, 정부 정책이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즉 백약이 무효인 갑갑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GDP 증가율)은 정부부문과 민간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정부부문이라 하면 정부소비와 정부투자를 합한 것이고 민간부문은 나머지로 보면 된다. 올해 2·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동기 대비 2.0%인데, 여기서 정부부문 GDP 증가율이 7.9%로 금융위기 기간이었던 2009년 3·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민간부문 GDP 증가율은 0.4%(역시 2009년 3·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로 1년 전인 2018년 2·4분기의 2.5%에서 크게 하락했다. 요약하면 정부소비와 정부투자가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다는 것인데, 민간은 오히려 가라앉는다는 것이다. 정부의 경기 진작책은 그 규모보다는 그것으로 인해 민간이 반응을 어느 정도 해주느냐가 핵심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2년 동안의 정부의 재정정책은 다른 것은 몰라도 경기진작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민간이 반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긴 불황의 시작을 알리는 짙은 그림자가 바로 우리 발밑까지 와있는 것 같은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그동안의 녹색성장, 창조경제에서 소득주도성장 그리고 혁신성장으로 이어지는 찬란한(?) 성장 전략들은 다 어디에서 잠을 자고 있을까? 솔직히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절망만은 할 수 없다.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는 언젠가는 그 길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경제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