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명절마다 지옥" 최근 5년간 설·추석 끝나면 이혼 늘었다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16 17:55

수정 2019.09.16 17:55

이혼 통계 살펴보니…
직전 달보다 평균 11.5% 많아
명절기간 가정폭력 신고도 늘어
"여자가 더 일하는 구조가 문제"
원인 알지만 불평등은 여전
"명절마다 지옥" 최근 5년간 설·추석 끝나면 이혼 늘었다
박모씨(32)에게 올해 추석이 지옥과도 같았다. 올여름부터 시어머니는 박씨에게 무리한 요구를 거듭했다. 박씨가 싫은 티를 내자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박씨는 눈치 없는 남편 때문에 추석에 시댁을 찾았고 싸늘한 시어머니 때문에 시름은 깊어졌다. 결국 돌아오는 길에 남편과 갈등이 폭발했다.

박씨는 "결혼하고 평소엔 다투지도 않는데 귀경길엔 항상 싸운다"며 "시댁에서 아무 말 없이 전만 부치는 내 심정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명절 때 부부갈등 폭발"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은 누군가에게는 행복한 시간이지만, 누군가에는 악몽 같은 기간이다. 악몽 같은 시간을 겪은 이들은 가정불화 등으로 이혼을 고민하게 된다.

16일 법원행정처와 통계청의 '최근 5년간 이혼 통계'에 따르면 설과 추석 명절 직후인 2∼3월과 10∼11월에는 이혼건수가 바로 직전 달보다 평균 11.5%나 많았다. 2016년에는 설과 추석 전후로 하루 평균 이혼 신청건수(298건)를 2배 이상 뛰어넘는 656건의 이혼 신청이 법원에 접수되기도 했다.이 때문에 추석 명절 직후 이혼 전문변호사 사무실에는 관련 상담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이정혜 이혼 전문변호사는 "매년 명절 직후 이혼상담 문의가 평소보다 늘어난다"며 "평소에 사이가 안 좋았던 부부가 명절로 인해 갈등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늘어나는 이혼상담 배경으로 과거와 달라진 여성의 사회적 지위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졌지만 며느리들의 명절 노동은 여전한 실정이다. 또 시댁에서 바라보는 여성의 지위는 여전히 낮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남녀 11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서울시 성 평등 생활사전-추석특집'에 따르면 남녀 모두 '명절에 여성만 하게 되는 상차림 등 가사분담'(53.3%)을 명절 성차별 1위로 꼽았다. 한 이혼 전문변호사는 "'명절 다툼'의 대다수는 며느리가 시댁에 느끼는 불만이 많기 때문"이라며 "특히 불합리한 대우를 이유로 싸우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설명했다.

■갈등이 가정폭력으로 이어져

갈등이 심화하다 보니 명절 기간 가정폭력 사건도 늘고 있다. 김도읍·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설과 추석 명절 연휴 기간에 112에 접수된 가정폭력 신고건수는 모두 3만3549건으로 하루 평균 1016건에 달했다. 명절을 제외한 가정폭력 신고 접수가 694건을 감안하면 47%나 많은 수치다. 여성들의 도움의 목소리도 늘었다. 2013~2017년 설날과 추석 명절 기간 전국 18개소 '여성긴급전화 1336'에 접수된 상담건수는 총 3만1416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상담건수는 지난 5년 새 2.78배 증가했다.


이번 추석에도 가정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연휴 첫날인 지난 12일 새벽 부산 수영구 한 주택에서 A씨가 아내 B씨를 흉기로 한차례 찌른 혐의(살인미수)로 경찰에 체포됐다.
B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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