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서비스와 기회비용

김아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16 18:00

수정 2019.09.16 18:00

[기자수첩] 서비스와 기회비용
오랜만에 동네 인근 전통시장을 방문했다. 시장 초입에서 한 할머니가 깐 밤을 한무더기에 5000원에 팔고 있었다. 까지 않은 밤은 1㎏에 1만원에 팔았는데 깐 밤은 그의 절반도 되지 않는 양이었다. 기자는 5000원에 깐 밤을 구입했다. 조금 비쌌지만 밤을 깐 할머니의 노동력에 값을 치른 것이다. 집에서 밤을 까는 수고를 기회비용이라고 보면 합리적 소비라고 생각됐다.


최근 '쿠팡이츠'를 놓고 말이 많다. 어떻게 무료배달이 가능하냐며 쿠팡의 적자를 걱정하기도 하는 반면 '우리는 속고 있다'며 쿠팡의 속내를 비판한다. 이렇게 고객을 잔뜩 모은 뒤에 유료로 전환해 버리면 결국 소비자는 '쿠팡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그 돈을 지불할 것이라고 말이다. 실제 미국에서 살다가 일시적으로 귀국한 한 친구가 아마존이 그랬노라고 증언했다. 아마존의 편리함에 빠져들었다가 아마존이 가격을 올려도 다른 곳에서 구매하지 못해 마치 아마존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1872년 생리학자인 하인즈만과 1875년 프래처는 물을 아주 천천히 데우면 개구리가 끓는 물에서 뛰쳐나오지 않고 죽게 된다는 학설을 발표했다. 끓는 물에 집어넣은 개구리는 즉시 뛰쳐나와 살지만 서서히 덥혀지는 미지근한 물에 들어간 개구리는 위험을 인지하지 못해 결국은 죽게 된다는 것이다.

혹자는 쿠팡이나 아마존의 전략이 이 같은 '삶은 개구리 증후군'을 이용했다고 주장한다. 서서히 물의 온도를 올리듯이 서비스 가격을 야금야금 올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같은 전략이 비난받아야 마땅할까. 인간이 개구리를 삶아먹는 것처럼 아마존이, 쿠팡이 소비자들을 삼켜버리는 것이 과연 지탄받을 일인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정보기술(IT) 발달로 좀 더 편리한 쇼핑, 음식배달 등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면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다. 기자가 깐 밤을 좀 더 비싸게 주고 산 것과 같은 이치다.
'로켓배송'으로 필요한 물건을 바로 다음 날 받아볼 수 있다면, '쿠팡이츠'로 맛있는 음식을 해당 식당을 가지 않고도 몇 번 터치로 내 집 식탁에서 먹을 수 있다면 기꺼이 그들의 먹잇감이 자발적으로 돼주겠다.

true@fnnews.com 김아름 정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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