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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靑은 고용 좋다는데 산업계엔 감원 찬바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17 16:39

수정 2019.09.17 16:39

8월 지표서 일부만 부각
재정 일자리가 현실 왜곡
고용지표를 놓고 엇갈린 해석이 나와 혼란을 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 경제가 어려움 속에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고용상황이 양과 질 모두에서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7일 "일국의 대통령이란 분이 새빨간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국민 농간'' 얄팍한 거짓말'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과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지난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근거를 둔다. 하지만 같은 지표를 두고 해석은 180도 달랐다.
고용의 양이 는 것은 맞다. 8월 취업자는 1년 전에 비해 45만명 늘었다. 월별로는 2년5개월, 8월 기준으로는 5년 만에 최대다. 질이 좋아졌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문 대통령은 그 근거로 8월 상용직이 49만명 늘고, 고용보험 가입자가 증가했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고용사정이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뚜렷하게' 좋아졌는지는 의문이다. 8월 신규 취업자가 45만명 늘었지만 60세 이상이 39만명으로 86%에 이른다. 민간이 만든 좋은 일자리보다 재정(세금)으로 만든 일회성 일자리가 급증한 덕이다. 또한 문 대통령은 아예 고용시장에서 이탈한 '쉬었음' 또는 구직단념자를 고려하지 않았다. 8월 '쉬었음' 인구는 1년 전보다 35만명 많은 약 217만명에 달했다. 구직단념자는 10만명 많은 54만명을 기록했다. '쉬었음'과 구직단념자는 실업자로 잡히지 않는다. 실업통계가 가진 한계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반도체 불황, 미·중 통상마찰 등 대내외 요인이 겹치면서 취임 후 고용성적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월말고사 성적이 쑥 오르면 어떤 학생이라도 빨리 부모한테 자랑하고 싶어진다. 8월 고용동향 성적표를 받아든 문 대통령도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보고 싶은 숫자만 봐서는 안 된다. 산업계에선 자동차·디스플레이 업종을 중심으로 인력 구조조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차가 다 어렵다. LG디스플레이는 16일 실적부진의 책임을 물어 최고경영자(CEO)를 전격 교체했다.
이게 실물경제가 돌아가는 현실이다. 희망퇴직의 갈림길에 선 근로자에게 '고용의 양과 질이 뚜렷하게 좋아지고 있다'는 말이 과연 귀에 들어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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