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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아파트 수명

염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18 17:24

수정 2019.09.18 17:24

아파트 수명은 나라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영국의 아파트 평균수명은 128년으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 두 번째는 독일(121.3년)이며, 프랑스(80.2년)와 미국(71.9년)도 긴 편이다. 일본도 54.2년인데 한국은 28.8년(2010~2015년 평균)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아파트 수명이 이처럼 짧은 이유는 무얼까. 기술적 요인과 경제적 요인으로 나눠 볼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건축물의 설계구조가 다르다.
우리는 벽식구조로 짓는다. 기둥이 없고 벽이 기둥 역할을 대신하는 구조다. 영국 등의 아파트는 기둥식 구조다. 기둥과 보가 무게를 지탱하고, 벽은 공간을 나누는 역할만 한다. 벽을 허물고 수리하기가 편리하다.

경제적 요인으로는 건설사들이 아파트 수명이 늘어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장수 아파트를 지으면 단기적으로 공사비가 늘어나고, 장기적으로는 건축 수요도 줄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설사들만 탓할 일은 아니다. 아파트를 주거 목적보다는 재테크 수단으로 생각하는 수요자들의 인식도 상당 부분 작용하고 있다. 새 집을 사서 값이 오르면 처분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장수 아파트를 선호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가적 관점에서 보면 아파트의 짧은 수명은 비효율을 낳는 요인이다. 30년마다 구조상으로 멀쩡한 아파트를 부수고 다시 짓는 것은 엄청난 자원낭비다. 투기와 집값 폭등 등 재건축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도 심각하다.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 100년 이상 가는 아파트를 충분히 지을 수 있다. 그럼에도 수명 짧은 아파트만 지어 매년 막대한 경제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100년간 쓸 수 있는 장수 아파트가 선을 보였다.
국토교통부는 17일 세종시에 장수명 임대아파트 116채를 지어 준공식을 가졌다. 콘크리트와 철근 등 자재의 내구성을 높이고, 배관설비 공간을 분리해 건축물을 부수지 않고도 설비 교체가 가능하다.
우리나라에도 아파트 수명 100세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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