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은행 사고는 왜 끊이지 않는 걸까

은행권에 비리사건과 내부통제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1~2년 전에는 채용비리 사건이 은행권의 법적, 도덕성 시비를 불러일으켰는데 최근에는 해외금리 연계 금융투자 상품(DLS, DLF) 사고가 발생했다. 은행권의 비리와 사고가 왜 지속되는 걸까. 우리나라가 은행이라는 제도를 외국에서 도입한 지 50년이 됐지만 외국의 은행시스템 소프트웨어 중 한두 개를 빼먹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은행권의 비리와 사고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법적 요인 그리고 윤리·도덕적 요인이다. 우리는 법적 요인에 근거한 사고에 대해선 치유시스템을 갖췄다. 그럼 윤리·도덕적 요인은 어떤가. 이번 해외금리 연계 금융투자상품 사고가 윤리·도덕적 흠결에 관련된 것이라고 본다. 현재 감독당국의 검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불완전판매를 주장할 수는 있겠으나 은행 측의 고의성 또는 중대한 과실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대목에서 글로벌 금융관행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필자가 잠시 근무했던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선 은행 차원에서 은행장 주관으로 운영리스크위원회 회의체를 운영한다.

운영리스크위원회 회의에선 운영리스크 측면에서 신상품 개발과 판매에 대해 견제를 한다. 이 상품은 최대 80~90% 손실 가능성이라는 거대한 리스크가 내재돼 있으므로 상당한 운영리스크 손실사건이 되고, 당연히 제동이 걸렸을 것이다. 필자가 아는 한 글로벌 은행은 모두 운영리스크위원회를 운영한다. 글로벌 금융계에선 이미 '내부통제 관리'가 '운영리스크 관리'라는 더 넓은 개념의 리스크 관리로 진화·발전됐기 때문이다. 이제는 '내부통제 관리'에서 '운영리스크위원회에 의한 관리'로 발전시킬 때다.

글로벌 스탠더드의 두 번째 이야기는 적합성 검토(fit and proper test)다.

비리와 내부통제 사고는 인적인 측면, 즉 윤리·도덕적 품성과 관련된다. 즉 사회로 말하면 한번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는 재범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글로벌 금융계에선 은행 대표자 등 주요 임원을 신규 임명할 때 감독당국에 의한 적합성 검토를 거친다. 이 과정을 통해 과거 내부통제 사고에 관련됐거나 부실은행 초래에 직간접 관련성이 있었던 경우 등에는 임용을 자제토록 유도하고 있다. 즉 법적 위반사항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윤리적·도덕적 자질 부족을 내세워 임용을 억제하는 것이다.

사전적 지도감독 위주의 감독행정을 취하고 있는 영국은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모든 임원은 당연하고, 내부감사 및 준법 등 고위 직위에 대해서까지 신규 임명 시 감독당국의 적합성 검토를 받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글로벌 스탠더드인 적합성 검토 도입을 검토할 때라고 본다. 혹자는 감독당국의 재량권 남용을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주주가 존재하지 않은 은행에서 어느 한 사람이 CEO가 돼 누구에게서도 견제받지 않고 장기집권하도록 방치하는 상황에서, 이 제도를 도입해 크로스체크 기능을 복원하는 것도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된다.

김양권 한라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