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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의 정석’ 양의지, 35년 만의 포수 타격왕 등극하나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성일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18 18:35

수정 2019.09.18 18:35

총액 125억원에 올해 NC에 새둥지
작년 최하위 NC 5위 도약 이끌어
느린 발에도 장타력 앞세워 타격 1위
FA 고액 연봉 실력으로 증명
‘FA의 정석’ 양의지, 35년 만의 포수 타격왕 등극하나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35년만에 포수 타격왕을 노리는 양의지. 뉴시스
35년만에 포수 타격왕을 노리는 양의지. 뉴시스
양의지(32·NC)의 영입은 김택진 구단주의 결단이 직·간접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알려졌다. 총액 125억 원이면 큰 금액이다. 선수 한 명에게 이 정도 돈을 투자하려면 최고위층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양의지를 데려 온 NC는 톡톡히 재미를 보았다. 지난 해 최하위였던 NC는 17일 현재 5위에 올라 있다. 2년 만에 가을 야구를 예약해둔 상태. NC의 도약이 양의지 혼자의 힘으로 이루어진 건 물론 아니다.
1등 공신을 꼽자면 양의지다.

올 프로야구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는 찬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이대호(롯데)를 비롯한 고액 연봉 선수들이 제 몸값을 못했다. 양의지의 활약으로 얼어붙은 FA 시장에 그나마 훈풍이 불어 올 가능성이 생겨나고 있다.

올 시즌을 마치면 전준우(33) 손승락(37·이상 롯데) 오지환(29·LG) 이지영(33·키움) 박석민(34·NC) 유한준(38·KT) 김강민(37·SK) 안치홍(29) 김선빈(30·이상 KIA) 정우람(34) 김태균(37·이상 한화) 등 FA들이 쏟아져 나온다. 양의지 효과가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양의지는 17일 현재 타격 1위에 올라 있다. 이대로 끝나면 1984년 이만수(당시 삼성) 이후 35년 만에 포수 타격왕이 탄생하게 된다. 김동수, 박경완, 조인성 등 타격 솜씨 좋은 포수들이 여럿 있었지만 타격 1위는 없었다.

그들의 느린 발이 한 몫을 했다. 타율을 높이기 위해선 빠른 발이 필수적이다. 좌타자면 더 유리하다. 올 시즌 타격 10위 안에 우타자는 양의지(0.356)와 채은성(9위·LG 0.316)) 둘 뿐이다. 발 느린 포수는 양의지 하나.

타격 2위 강백호(KT 0.342)를 비롯해 박민우(3위·NC 0.342) 이정후(5위·키움 0.338) 고종욱(6위·SK 0.327) 등은 모두 좌타자들이다. 발도 빠르다. 좌타자들은 우타자에게 비해 한 발 반 정도 1루에 먼저 도착한다. 내야안타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양의지의 장점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부문은 장타력. 양의지는 17일 KIA 양현종에게 뼈아픈 홈런 하나를 안겨주었다. 1회 초 2사 1루서 선제 투런 홈런을 날렸다. 시즌 19호 홈런. 이후 양현종은 4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버텼다.

자칫하면 조쉬 린드블럼(두산)에게 평균자책점 1위 자리를 넘겨줄 수도 있는 아찔한 한 방이었다. 17일 현재 양현종이 2.29로 1위, 린드블럼은 2.36으로 2위다.

양의지는 박병호(키움)와 최정(SK)에 겨룰 만한 장타자는 아니다. 하지만 고비 때마다 효과적인 한방을 터트려 임팩트 면에선 결코 이 둘에 뒤지지 않는다.

양의지는 7월 9일 롯데전 이후 부상으로 한 달여를 결장했다. 8월 13일 한화전서 32일 만에 1군에 복귀했다. 이 경기서 양의지는 솔로 홈런 포함 3안타를 때리며 10-2 대승을 이끌었다. 양의지의 존재감이 반짝한 경기였다.

8월 12일 현재 NC는 반타작 승률(0.500)로 5위를 지키고 있었다. 양의지 복귀이후 28경기서 16승 12패 승률 0.571을 기록했다.
양의지는 6위 KT에 반 경기차로 쫓기던 지난 7일 삼성전서도 홈런 한 방으로 숨통을 트이게 했다. 6회 삼성 선발 윤성환으로부터 굳히기 홈런을 뽑아냈다.
양의지의 활약은 '왜 그리고 어디에 돈을 써야 하는지'를 구단들에게 증명해 보이고 있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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