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입부터 항문까지 염증…크론병, 식습관 관리 먼저 [Weekend 헬스]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0 03:59

수정 2019.09.20 09:53

즉석식품 등 서구화된 식습관 영향
복통·설사에 체중감소 동반
15~35세 젊은층에 많이 발생
4주 이상 복통·설사 지속되거나
혈변 있으면 대장내시경 하는 게 좋아
육류·패스트푸드 줄이고
단백질·섬유질 섭취 늘려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서구적인 식생활로 인해 입부터 항문까지 염증이 생기는 크론병이 증가하고 있다.

1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크론병 환자는 2014년 1만6728명에서 2018년 2만2408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크론병은 모든 연령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젊은 나이인 15~35세에 발병해 평생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차재명 교수는 19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육식과 즉석식품의 섭취가 증가하면서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크론병은 40세 이후에 발병하면 증상도 비교적 경미하고 경과도 좋은 편이지만, 10대에 발병한 경우 증상이 심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크론병, 식습관·환경이 영향

염증성 장질환이란 소화기관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을 말한다.
둘 다 만성적인 염증이 있지만 크론병은 입부터 항문까지 모든 소화기관에,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 국한돼 발생한다.

크론병은 음식물이 들어가서 나오는 구강에서 항문까지 위장관 어느 부위에서도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식생활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추정한다. 하지만 크론병의 정확한 발병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크론병은 일부 유전적인 소인을 가지는 환자에서 좀 더 많이 발생하지만 확률이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농촌보다 도시에서 발생률이 높고 아시아인들도 유럽 등 서구로 이주한 사람에게 발병률이 높게 나타난다. 따라서 환경적인 영향으로 몸의 면역계통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크론병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감염으로 발병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지도 않는다.

■4주 이상 복통·설사하면 대장내시경해야

크론병은 주로 장관을 침범해 증상이 일어난다. 하지만 장 이외의 전신에 병을 일으킬 수 있어 이를 장외 증상이라 부른다. 장외 증상은 관절, 눈, 피부, 간, 담관, 신장 등에 주로 발생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장외 증상은 장내 염증이 호전되면 좋아진다.

크론병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복통과 설사이며 체중감소가 동반된다. 침범한 부위에 따라 복통의 위치와 통증이 다르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위가 말단회장부이므로 초기에는 말단회장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기는 주로 우하복부 또는 배꼽 부위에 쥐어짜는 듯한 간헐적인 통증이 주로 식후에 나타난다. 복강 내에 발생한 경우에는 복막을 자극해 지속적인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 구역감과 식욕이 떨어져서 체중이 감소한다. 이 때문에 피로감이 심하게 올 수 있다. 병의 초기에는 간간히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 많아 진단까지 수개월에서 수년이 지나기도 한다.

우리나라 크론병 환자의 약 30~50%에서는 항문 주위에 병적인 변화가 동반된다. 이 때문에 단순한 치핵, 치루라고 생각하고 대장내시경 검사를 했다가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초기 증상이 과민성 장증후군과 유사해 잘못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과민성 장증후군은 만성 복통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크론병과 달리 자는 동안에는 복통이나 설사가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나이·성별을 떠나 복통·설사가 4주 이상 지속되거나 혈변을 보이면 대장내시경을 해보는 것이 좋다. 대장내시경 검사로는 장내 염증과 궤양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정확한 진단을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등 여러 검사를 병행해 크론병을 진단한다.

■섬유질 섭취 늘리고 균형잡힌 식습관 유지

원인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크론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면역질환이므로 장내세균총의 변화가 원인 중 하나라고 추정된다. 장내세균총은 음식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 때문에 서구화된 식습관을 가진 사람에게 많이 발병되는 것이다. 따라서 패스트푸드 섭취를 줄이고 육류 위주의 식사보다 섬유질 섭취를 늘이는 등 균형 잡힌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따라서 충분한 영양과 단백질을 섭취하도록 한다. 생선, 두부, 달걀, 콩 등 단백질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고 비타민과 무기질이 결핍될 위험이 크므로 별도로 보충해야 한다.

설사와 복통이 주요 증상이므로 이를 유발하는 음식은 피한다. 우유를 마시면 설사와 복통을 느끼는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은 두유 등으로 대체한다. 또 지나치게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을 섭취하거나 회 등 날 음식이나 상하기 쉬운 음식, 패스트푸드 등도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크론병 환자들은 식사를 잘 못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간식으로 조금씩 자주 먹는 습관을 갖도록 한다. 간식으로는 비타민, 칼슘, 철분 등이 충분히 함유된 식품군이 좋다.


또 장거리 여행을 하는 경우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지역에서 세균성 장염이 크론병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물은 가급적 사서 먹는 것이 좋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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