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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무능한 정부에 끝 안보이는 홍콩시위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0 17:02

수정 2019.09.20 17:02

[월드리포트] 무능한 정부에 끝 안보이는 홍콩시위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도입 시도로 촉발된 홍콩의 시위가 지난 16일 100일을 맞았다. 이달 초 캐리 람 홍콩 행정수반이 송환법 도입 계획을 완전히 철회한다고 발표했는데도 시위는 그치지 않고 있다. 철회 발표에 시민들은 부족하고 너무 늦었다는 반응을 보이며 송환법 폐지를 포함한 5가지 요구를 모두 수용하라며 경찰과 쫓고 쫓기는 기습시위와 인간띠 잇기 등으로 홍콩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15일 시내에서 열린 행진에는 성조기와 유니언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국기와 함께 태극기도 등장해 시민들의 민주화 열망을 세계에 알렸다. 조슈아 웡을 비롯한 민주화운동 지도자들은 18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을 통과해줄 것을 촉구했다. 최근 홍콩 시위의 양상을 보면 경찰과 홍콩 지하철공사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표출되고 있는 것이 두드러지고 있다.
경찰에 대한 분노는 지난 7월 한 시내 지하철역에서 흰색 옷을 입은 폭력조직원으로 보이는 남성들이 시민들을 구타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촉발됐다. 이 당시 신고를 받은 경찰이 늑장출동하면서 방관, 폭력조직과의 결탁 의혹이 제기되면서 신뢰를 잃기 시작했다.

8월 들어 11일 시내 거리에서 한 여성이 경찰이 쏜 시위진압용 콩알탄에 눈을 맞아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실내인 지하철역 안에서 최루탄을 발사하더니 31일 프린스 에드워드 지하철역 전철차량 안에 있던 시민들을 닥치는 대로 때리는 과잉진압 장면이 공개되면서 오랫동안 존경받아온 홍콩 경찰의 명성에 금이 갔다. 이 구타 장면이 보도되면서 시민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어 3개월 반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시위의 불이 꺼지지 않게 만들고 있다.

프린스 에드워드 지하철역 강경진압이 아직까지 불씨로 남아 있는 것은 당국의 부인에도 당시 실려나간 부상자 중 3명이 사망했다는 루머가 계속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폐쇄된 역 입구에 분향소가 만들어지고 시민들은 꽃을 놓고 있다. 당시 역내 CCTV에 촬영된 무삭제 동영상을 공개하라는 요구에도 홍콩 지하철공사인 MTR 측은 일부만 공개해 의혹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홍콩 지하철인 MTR의 경우 송환법 반대 시위 초기에 시위대들이 새로운 장소로 이동할 때 많이 이용되는 것에 중국 관영매체인 신화와 글로벌타임스가 이를 비판하는 보도를 하자 당국에서 지하철역을 폐쇄하는 등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이에 시위대들은 '공산당 지하철'이라며 역내 개찰구와 매표기, 유리 담장을 파손하고 소화전을 열어 역 바닥을 물바다로 만들더니 명품 브랜드 매장이 밀집된 금융가 시내 등 일부 지하철역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세우고 불을 지르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지하철 안타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8월 21~27일 홍콩 중문대의 아시아태평양연구소가 홍콩 시민 7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68.3%가 앞으로도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 계속 이어지고 더 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응답했다.

홍콩 청년들은 지난 2014년 우산혁명 당시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채 자진 해산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번 시위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많이 쓰는 구호 중에는 "우리가 불에 타면 너희도 같이 탈 것"이 있다.
시위에 참가하고 있는 청년들은 집을 나설 때 배낭에 미리 써놓은 유서까지 넣고 다닐 정도로 비장하다.

홍콩 시민들의 분노가 그치지 않고 있는 것은 정부의 소통 부족도 한몫하고 있다.
송환법 폐지에 3개월이 걸리고 입국 관광객까지 줄어들면서 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는데도 시민들과 대화를 하려 적극적으로 시도하지 않는 캐리 람 정부를 보면 무능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글로벌콘텐츠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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