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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잃은 유동자금, 재건축·재개발로 유턴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4 05:59

수정 2019.09.24 05:59

정부의 청약 규제, 투자 수요 재건축 재개발로 눈돌려
공급 축소로 인한 서울 아파트 상승 기대감 커져
추가분담금 낮은 재건축 물건, 거래 늘어나 
갈 곳 잃은 유동자금, 재건축·재개발로 유턴
[파이낸셜뉴스] 최근 강남 재건축 ‘올스톱’으로 갈 곳을 잃은 자금이 또 다시 수도권 재건축·재개발에 몰리고 있다. 이로 인해 민간 택지 분양가상한제 발표 이후 주춤했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의 상승 폭이 커지면서 서울 아파트 값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23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2주간 서울 아파트 값은 0.07% 올랐으며 재건축 아파트 값은 0.21% 상승했다. 재건축 단지는 분양가상한제 도입으로 인해 재건축 단지의 추가부담금이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가격이 주춤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과 딱히 서울 부동산 시장의 투자처를 찾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면서 또 다시 재건축, 재개발로 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개포 새아파트 들어서면서 기대감 상승
지난 2주간 송파구(0.2%)에서는 잠실동 주공5단지와 우성1·2·3차가 500만~2000만원, 신천동 장미1·2·3차가 1000만~3000만원 뛰었다.
강남구(0.14%)에서도 개포동 주공1단지가 5000만원 안팎 상승했다. 강동구(0.14%) 둔촌동 둔촌주공은 1000만~5000만원, 양천구(0.1%) 목동 목동신시가지7·8단지는 최대 1500만원 올랐다.

특히 개포주공1단지는 올해 상반기 개포동 거래량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개포주공 1단지 전용 50.64㎡는 지난 5일 23억원(4층)에 실거래가가 신고됐다. 이 단지 같은 면적은 지난 7월 22일 22억원(3층)에 가장 비싼 값에 거래됐다. 분양가상한제 발표 이후 최저 19억3000만~최고 21억원으로 실거래가가 빠졌지만 한 달 여만에 최고가를 새로 썼다. 인근 디에이치 아너힐즈, 래미안블레스티지가 완공되면서 가시적인 변화가 보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는 “개포1단지는 그나마 분양가상한제의 영향이 덜해 매물이 나오는 동시에 최고가를 찍으면서 매매가 되고 있다”면서 “정부 규제로 강남에 공급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결국 새아파트로 변신하면 더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분양가상한제 발표 직후 1억원 넘게 실거래가가 빠졌던 잠실5단지 전용 76.5㎡도 지난 17일 19억5560만원(4층)에 거래돼 최고 거래가 수준으로 올라섰다. 일반분양 물량이 많아 분양가상한제의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됐던 강동구 둔촌주공도 전용 58.21㎡가 14억원(2층)에 거래돼 직전 최고가인 13억7000만원(5층)을 넘어섰다.

잠실 인근 공인중개소는 "정부가 아무리 규제를 한다고 하더라도 서울의 경우 개발 호재가 많아 억지로 누른다고 내려가지 않는 것"이라면서 "특히 부동산 정책이 서울 공급 축소 정책만 쓰고 있어 결국엔 서울은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부동산 가격을 더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뉴타운 사업에도 투자수요 몰려
강남 이외에 성남이나 광명, 노량진 재개발 단지들도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각 지자체 단체장이 총선을 앞두고 뉴타운 사업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고, 수조원의 유동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강남 이외 지역으로 돈이 흐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성남의 경우 구도심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이 본격화되면서 분양권 시세가 수직 상승 중이다. 실제 성남시 신흥동 산성역 포레스티아 84㎡타입(14층) 분양권이 지난 6월 8억 510만원에 실거래 신고되면서 8억원대에 안착했다. 일대 정비사업도 속도를 내면서 재개발 물건에 대한 수요도 늘어났다. 철거 중인 신흥2구역 주택은 감정가에 2억9000만원~3억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실투자금이 1~2억원 밖에 안드는 상대원3구역은 일단 사고 보자는 심리에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광명 역시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눈앞에 둔 광명 4R을 비롯해 다수의 재개발 물량들의 거래가 진행 중이다. 신안산선 등 다양한 교통 호재가 예정된 가운데 신도시 지정을 피한 것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하철 7호선 라인이라 강남 접근성이 좋고, 뉴타운과 재건축 단지들이 모두 개발될 경우 파급효과가 커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

노량진뉴타운은 한동안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지지부진하다가 최근 인근 신길뉴타운의 영향을 받아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노량진뉴타운 중 가장 사업 속도가 빠른 곳은 6구역이다.
2014년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GS건설과 SK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한 6구역은 올해 1월 사업시행변경인가를 마쳤다. 이르면 내년에 일반분양을 할 예정이다.


강남 개포동 공인중개소 대표는 “20~30억원 정도의 현금을 가지고 있는 강남 자산가들이 과거에는 강남 위주로 투자를 했지만 최근에는 강남에 사업지가 없어지면서 마·용·성은 물론 광명, 노량진, 성남까지 이동 중”이라면서 “현재 재개발의 경우 광명은 프리미엄이 1~2억, 성남은 3억, 아현은 6억, 용산은 7억 수준으로 형성 돼 있다”고 전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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