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강화도 간다"며 사라진 아들… 노부부 평생의 恨[잃어버린 가족찾기]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3 17:28

수정 2019.09.23 17:28

군대서 폭행 당한 후 장애·간질 앓아
강화도 가는 여객선서도 발작 증세
배에서 내리자마자 그대로 사라져
정창근씨(54, 당시 40세)는 인천 남구 주안동에 거주 중이었으며, 정신질환과 발작 증세가 있었다. 신장 170cm, 몸무게 75kg로, 오른쪽 다리를 절었다.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정창근씨(54, 당시 40세)는 인천 남구 주안동에 거주 중이었으며, 정신질환과 발작 증세가 있었다. 신장 170cm, 몸무게 75kg로, 오른쪽 다리를 절었다.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이번 추석에도 '아들이 찾아올까' 싶어 아내는 잠도 못이뤘어요. 아들이 집을 못찾아올까봐 14년째 이사도 가지 않고 있어요."

14년 전 장남과 갑작스럽게 이별한 정순원씨(80)의 목소리는 그리움과 한으로 떨렸다. 그의 시간은 아들이 실종된 2005년 이후 멈춰 있었다,

23일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정창근씨(54, 당시 40세)는 2005년 12월 27일 '아는 목사님을 만나러 간다'며 강화도로 향한 뒤 실종됐다.


강화도로 여객선을 타고 갔는데, 지병인 간질 발작이 와 배에서 내리자마자 산 안쪽으로 들어갔고, 그대로 사라졌다는 것이다. 만나러 간다던 목사도 창근씨를 보지 못했다.

창근씨는 20대 군 시절 상관으로부터 머리를 폭행당해 정신 장애와 발작 증세를 얻었다. 정씨는 "아들이 군에서 왼쪽 머리가 함몰될 정도로 심각한 폭행을 당했다"며 "시간이 지나며 일상 생활은 가능한 정도였지만, 종종 발작이 와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없었다"고 창근씨를 기억했다.

이후 정씨 부부는 아들을 찾기 위해 강화도를 샅샅이 뒤졌다. 강화도 숲 일대를 모두 찾아봤지만, 창근씨의 행방은 묘연했다.

정씨는 교통사고를 당해 유기됐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시체안치소까지 찾아가 보기도 했다. 비슷한 제보조차 들어온 적이 없어 정씨의 속은 더욱 타들어갔다.

몸이 불편함에도 나눔을 실천하려고 했던 창근씨였기에 안타까움이 더하다고 정씨는 말했다. 그는 "(아들이) 군에 가기 전만 해도 주산 3단에, 90년대부터 컴퓨터를 유능하게 다뤄 아이들을 가르칠 정도로 성실했다"며 "제대 후에도 '장애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쳐 주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아들을 회상했다.


차를 타고 가다가도 비슷한 뒷모습이 보이면 '아들 같다'고 한다는 정씨 부부에게 창근씨의 실종은 한이 됐다. 정씨는 "이번 명절에도 아내는 잠을 못자고 아들을 기다렸다"며 "부모들이 아들을 기다리고 있다.
살아있다면 그때 그 집으로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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