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지역기업 성장전략에 거는 기대

전 세계가 지역(region)과 도시(city)에 주목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속에서 국가 간 경계의 의미는 점점 희석되고 있으며, 주요 인프라와 서비스가 갖춰진 지역과 도시 단위의 경쟁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또한 2016년 보고서에서 '도시와 지역이 각국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발사대(launch pad)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관점을 달리한다면 이는 자생적이며 지속가능한 생태계의 범위에 대한 논의라 할 수 있다. 즉 국가의 복잡한 관료체계 속에서 개인 간 소통이 어렵고 형식적으로 되어가는 반면, 지역은 생활공동체를 수용해 소통하며 통합해 나가는 직접적인 연결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스마트시티는 혁신과 성장의 공간적 기반이며, 편리한 생활터전으로서 중소도시 확대는 국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놓칠 수 없는 가치이기도 하다.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의 초점은 정주(定住) 가능성 확대에 맞춰져야 하며, 이를 위해 우수한 기업의 존재는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다. 기업은 생산자인 동시에 고용주도 되며 소비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는 소득 생성은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한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국적을 떠나 기업의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더욱더 효율적인 지역으로 떠나는 'Entrepreneurial Nomad' 현상도 더 이상 보기 드문 일이 아니며, 지역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배경 속에서 중소벤처기업부는 지역 중소기업의 기술혁신 역량을 강화하고, 거점기업 중점 육성을 통해 자생적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지역기업 생태계 조성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기존 지역정책에 새로운 '색'을 입히는 노력인데, 지역정책의 대상이 지역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세계적 석학 필립 코틀러도 "기업은 이제 국가가 아니라 도시에서 성장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얼마 전 정부는 513조원에 이르는 2020년도 예산안을 편성했다. 지역기업 육성을 목표로 하는 중기부의 관련 예산 또한 약 2000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성장성과 일자리 창출 가능성을 고려해 선별된 '지역 스타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기업 간 거래관계에서 핵심이 되는 선도기업을 집중 육성해 하청·납품업체와 동반성장을 촉진한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다만 전체 지역정책의 틀 속에서 정책 간 조화와 시너지에 대한 고민이 더 많이 필요하다. 지역주력·연고사업 지원 외에도 지역의 혁신역량을 아우르는 지방 과학기술종합계획, 고용부의 지역산업 맞춤형 일자리창출 지원사업, 지역 혁신거점 조성을 목표로 하는 국가혁신클러스터 사업 등이 이미 추진되고 있는 정책을 밑그림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지역은 국가경제의 미시적 기초(micro foundation)가 된다. 즉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신산업을 발굴하는 것이 대부분 국민에게 공감되는 정책목표라면, 지역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어쩌면 비수도권 지역에 전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도시를 육성하는 것이 지역정책의 장기목표가 돼야 할지도 모른다. 지역기업 육성이 그 노력의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모쪼록 정책 의지가 반영된 예산 투입과 효과적인 정책 집행을 통해 기업 중심의 새로운 지역정책이 자리 잡고 지역·국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변곡점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박찬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