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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뛰어 넘었다'… 메탄 99%를 화학원료로 만드는 기술 개발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4 12:00

수정 2019.09.24 13:33

한국화학연구원 한승주 박사(왼쪽)와 김용태 박사가 비산화 메탄 직접 전환기술의 핵심인 단원자 철 촉매를 들여다보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한국화학연구원 한승주 박사(왼쪽)와 김용태 박사가 비산화 메탄 직접 전환기술의 핵심인 단원자 철 촉매를 들여다보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국내 연구진이 이산화탄소보다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을 화학원료와 수소 등으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전 세계에서 미국과 중국만이 보유한 기술로 세계 석유화학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24일 탄소자원화연구소 김용태·김석기 박사팀이 메탄을 석유화학의 쌀인 에틸렌을 비롯한 화학원료와 수소 등으로 99% 전환하는 '비산화 메탄 직접 전환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미국화학학회에서 발행하는 촉매분야 최고 권위지인 'ACS' 9월호 표지논문으로 게재했다.
비산화 메탄 직접 전환 기술에 대한 내용을 저널에 발표한 것은 중국 대련화학물리연구소, 미국 메릴랜드대학교에 이어 세 번째이다.

이번 논문 1저자인 한승주 한국화학연구원 박사는 "한국이 향후 전 세계 메탄 직접 전환 기술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한 박사는 "국내 석유화학 시장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소생산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비산화 메탄 직접 전환기술은 기술 난이도가 높은 탓에 아직까지 상용화되지 못했다. 현재 중국 대련화학물리연구소가 2014년 사이언스지에 관련 논문을 발표한 후,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화학사인 SABIC과 공동으로 사업화를 진행하고 있다.

김용태 한국화학연구원 박사는 "지금까지 중국이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비산화 메탄 직접 전환기술을 재현한 연구그룹은 없었다"면서 "한국화학연구원이 베일에 가려져있던 기술을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용태 박사는 "미국 메릴랜드대학교가 2016년과 2019년 중국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반응기를 개발하는 논문을 발표했으나 촉매합성과 반응활성 재현, 제조법 확립 등 실제 반응이 일어나는 메커니즘까지는 규명하지 못했다"면서 "이 같은 메커니즘을 모두 밝혀낸 것도 한국화학연구원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진이 1000℃이상의 고온에서 산화제 없이 메틸 라디칼을 제어하면서도 에틸렌과 벤젠 등의 화학원료로 99% 전환하는 비산화 메탄 직접 전환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촉매 표면 설계만으로 메틸 라디칼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고난도 기술로 알려져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의 핵심은 '단원자 철' 촉매이다. 연구진은 실험계산화학과의 융합연구를 통해 촉매 표면을 최적화하는데 성공했다. 기존 촉매가 여러 원자들이 뭉쳐있는 탓에 연쇄적으로 반응이 일어나는 데 반해, 신규 촉매는 여러 개의 단원자가 촉매표면에 흩어져있는 형태로 각각의 단원자에서 한 번씩만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그 결과, 기존 촉매에서 연쇄 반응으로 인해 생성되는 이산화탄소와 코크 등의 부산물이 생기지 않고, 연쇄 반응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에너지도 줄어들어 에너지 효율이 높아졌다.

이를 통해 메탄으로부터 선택적으로 C2 화합물(에틸렌, 에탄, 아세틸렌) 86%, 방향족 화합물(벤젠, 자일렌, 톨루엔, 나프탈렌 등) 13%를 전환했고, 부산물로 수소를 얻었다.
나머지 1% 이하는 코크 생성량이다. 즉 메탄의 화학원료 전환율이 99%에 달하는 것이다.

한국화학연구원 탄소자원화연구소 김용태·김석기 박사팀의 연구성과가 미국화학학회에서 발행하는 촉매분야 최고 권위지인 'ACS' 9월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한국화학연구원 탄소자원화연구소 김용태·김석기 박사팀의 연구성과가 미국화학학회에서 발행하는 촉매분야 최고 권위지인 'ACS' 9월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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