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트럼프 탄핵 소용돌이, 냉철하게 지켜봐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당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한 공식 조사를 개시하겠다"고 말했다. 하원은 야당인 민주당이 다수당이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탄핵 조사가 "마녀사냥 쓰레기"라고 맞받아쳤다. 차기 대선은 내년 11월에 치러진다. 그때까지 1년여간 미국 정치는 탄핵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빠졌다. 지난 7월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할 때 군사지원 중단을 무기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조사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다. 부통령을 지낸 바이든은 차기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하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선서와 헌법수호 의무를 어겼다고 본다.

하지만 탄핵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돼도 상원 벽이 높다.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이며,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과거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하원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사임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을 겨냥한 탄핵안은 하원을 통과했으나 상원에서 부결됐다. 미국 헌법은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의회가 함부로 해임하지 못하도록 까다로운 장치를 뒀다.

탄핵 논란이 꼭 민주당에 유리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트럼프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역풍을 부를 수 있다. 2004년 3월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밀어붙였으나 4월 총선에서 참패했다. 헌법재판소는 5월에 탄핵안을 기각했다. 어느 나라든 대통령 탄핵은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정치적 모험이다.

트럼프 탄핵 이슈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상당 기간 워싱턴 정계는 혼란이 불가피하다.
당장 3차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한반도 정세가 그 영향권 아래 놓일 수 있다. 한·일 관계 정상화,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 수입차 관세 등도 트럼프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분야다. 탄핵이 진행되는 양상을 냉철하게 지켜보며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