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영 칼럼]

文정부 ‘악마의 변호인’을 두라

쓴소리 외면이 위기 불러
지지층만 바라보지 말고
국정 궤도수정에 나서야

임기 반환점을 눈앞에 둔 문재인정부에 적신호가 켜졌다. 위기의 징후는 최근 문 대통령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다. 임기 초반 역대 대통령에 비해 높았던 지지율이 시나브로 기울고 있다. 추석 직후 실시한 여러 조사에선 국정지지율이 대체로 40%대 초반까지 가라앉았다. 17~19일자 한국갤럽 조사는 다른 조사주체와의 편차를 감안하더라도 문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41.08%)보다 낮은 수치(40%)라 사뭇 놀랍다.

1987년 이후 직선제로 뽑힌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3년차에 지지율이 주저앉았다. 3년차 증후군은 5년 단임제 아래 다반사였다. 김영삼·김대중·박근혜 대통령도 3년차 때 부정이 긍정을 넘어서는 소위 '데드 크로스'를 맞았다. 이후 남은 임기 내내 추세를 되돌리지 못해 누구도 '성공한 대통령' 반열에 오르지 못했다.

현 정부의 내치와 외치가 모두 삐걱거리는 상황이다. 경제 현장은 'R(경기침체)의 공포'를 넘어 'D(디플레이션)의 공포'가 어른거릴 정도로 불안정한데, 미·중·일·러 등 주변 강대국들의 관계도 하나같이 순탄치 않다. 그렇다면 당장의 지지율 저하가 문제가 아니다. 경보음이 울렸는데도 듣지 않으려 하는 게 더 큰 문제란 뜻이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현 정부의 '마이웨이' 행보가 걱정스럽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8월 취업자 수가 지난해 8월보다 45만여명 늘어난 고용 통계를 예시하면서다. 하지만 이 중 39만여명이 세금을 풀어 만든 노인 알바였다. 그러니 "딴 세상 얘기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온 가족이 각종 반칙과 특권 의혹에 휩싸인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은 더 큰 역풍을 불렀다. 하긴 역대 정권들도 대개 인사실패로 곤경을 자초했다. 전임 박근혜 대통령도 집권 3년차 때인 2015년 7월 유승민 당시 여당 원내대표를 찍어냈다. 이후 '친박 감별' 공천 등으로 민심과 멀어진 리더십은 더욱 가파른 내리막길을 치달았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정치권력은 위기징후에도 이를 직시하지 못했을 때 더 큰 위기를 맞았다. 정치사상가 니콜로 마키아밸리가 그랬다. "인간은 권력을 가지면 가질수록 그것을 사용하는 방법이 서툴러 점점 더 남이 참기 어려운 존재가 된다"고. 지지층만 바라보는 '권력사용법'의 위험성을 꿰뚫어 본 셈이다. 이로 인해 적기에 국정난맥을 바로잡지 못해 다수 국민의 마음에서 멀어지는 우를 범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의 결과인 문재인정부의 지나친 이념적 동질성이 독일 수도 있다. 가톨릭 교단에선 그릇된 집단사고를 막으려고 쓴소리가 전담인 '악마의 대변인'을 둔다. 반면 조국 청문회 정국에서 여당 내에서 드물게 입바른 소리를 한 금태섭·박용진 의원이 외려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문자폭탄 세례를 받았다.

정권이 '호위무사'만 넘치는 폐쇄회로에 갇히는 순간 국민과의 소통은 차단되고, 정책은 외골수만 고집하게 된다. 유시민 작가의 '오버'가 그래서 불길해 보인다. 딸을 위한 표창장 위조 의혹을 받는 조국 일가를 구하기 위해 동양대 총장에게 전화해 "말에 '기술'을 좀 넣으라"고 주문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말이다.

조 장관 임명 강행은 진영논리에 얽매여 국민통합은 외면하는 메시지로 투영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들이 이를 방증한다. "맞으며 가겠다"는 조국(曺國)을 감싸려다 조국(祖國)을 분열시켜선 큰일이다. 문재인정부가 성공하려면 지금이 인사와 정책 양면에서 궤도 수정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