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돈관리 누구도 믿지마라

박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6 17:20

수정 2019.09.26 17:20

[기자수첩] 돈관리 누구도 믿지마라
최근 결혼 준비에 들떠 있던 친구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취업한 후 본인의 월급관리를 어머니에게 맡겼는데 그 돈이 1000만원밖에 없다는 것이다. 10여년간 꼬박꼬박 월급을 어머니에게 가져다주고, 본인은 용돈을 받아 생활하며 결혼자금을 잘 모으고 있어 잔고가 1억원으로 기대됐는데, 고작 1000만원이었던 것이다. 어머니는 그 돈을 불려주기 위해 여기저기 투자를 하다가 손해를 봤다고 한다. 친구는 "그냥 내가 매달 적금이나 넣어둘걸. 무작정 맡겨버리는 게 아니었다"며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다.

믿고 따지지도 않고 돈을 맡겼다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했을 것이다.
어릴 적 세뱃돈을 부모님께 가져다주면 그대로 사라져버리는 경험을 하면서 "돈관리는 내가"라는 인생의 깨달음을 얻은 (나 같은) 사람들도 분명 많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 이번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사태에서 이러한 데자뷔가 느껴졌다. 철석같이 믿었던 은행원의 말을 듣고 거액을 맡겼는데, 공중에 사라져버린 것이 마치 묻고 따지지도 않고 엄마가 잘 관리해주겠지 하는 믿음에서 시작된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시장조사기업인 입소스가 직업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에선 은행원이 5위로 상위권에 자리잡았다. 이처럼 은행원에 대한 높은 신뢰도가 이런 사태를 야기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따라서 이번 사태에서 가장 잘못한 사람은 이런 신뢰를 저버리고 불완전판매를 한 은행 측이다. 특히 고령자에 대한 판매에서는 그 책임이 더욱 가중돼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한번쯤 되새겨봐야 할 것은 돈관리는 '신뢰'만으로 타인에게 무조건 맡겨서는 안되는 영역이라는 점이다. 이번 사태가 불거진 이후 실제로 판매됐던 파생결합증권(DLS)의 상품설명서를 볼 기회가 있었다. 상품설명서를 보자마자 처음에 눈에 띈 것은 '매우 위험'이라고 굵은 폰트로 새겨진 문구였다.
이런 문구를 보고서도 믿고 맡길 수 있었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던 부분이다.

결국 내 돈을 어떻게 굴릴지는 스스로가 정확히 이해하고 선택해야 한다.
모른다면 무조건 '원금보장'이 되는 상품이나 '예적금'을 하는 편이 가장 안전하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금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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