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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수사 관행 개혁" vs 檢 "법대로"…조국 사태 새 국면으로

뉴시스

입력 2019.09.27 18:54

수정 2019.09.27 18:54

文 "검찰 개혁 요구 목소리 높아…성찰해야" 경고 檢 "법절차 따라 엄정히 수사"…사실상 불만 표출 '대통령 vs 검찰' 직접 대립 구도…긴장감 최고조 與도 검찰에 총공세 "수사 상황 지속 유출 심각" 檢도 여론 악화에 '강공 모드'…정면 충돌 가능성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과 환담을 한 뒤 이동하고 있다. 2019.07.25.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과 환담을 한 뒤 이동하고 있다. 2019.07.25.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놓고 청와대와 검찰 간 갈등이 벼랑 끝 대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 수사 관행을 개혁해야 한다"며 처음으로 검찰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지만, 검찰은 '하던 대로 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따라 이번 수사가 조 장관과 검찰의 대립 구도에서 '최고 권력자'인 문 대통령과 검찰의 대립 구도로 전환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검찰이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전 검찰력을 기울이다시피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는데도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 검찰은 성찰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은 공수처 설치나 수사권 조정 같은 법·제도적 개혁 뿐 아니라 검찰권 행사의 방식과 수사 관행 등에 대한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검찰은 국민을 상대로 공권력을 직접적으로 행사하는 기관이므로 엄정하면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이 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2019.09.26. 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이 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2019.09.26. jc4321@newsis.com

아울러 "지금의 검찰은 온 국민이 염원하는 수사권 독립과 검찰 개혁이라는 역사적 소명을 함께 갖고 있으며, 그 개혁의 주체임을 명심해 줄 것을 특별히 당부한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경고 메시지에 대해 검찰은 짧은 입장만을 내놨다.

대검찰청은 "검찰은 헌법 정신에 입각해 인권을 존중하는 바탕에서 법절차에 따라 엄정히 수사하고 국민이 원하는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원론적인 입장이지만 사실상 '법대로 하겠다'고 응수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 내부에서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외압'과 다를 게 없다는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대한 청와대의 문제의식은 조 장관이 자택 압수수색에 나섰던 검사와 통화한 사실이 야당 의원에게 유출되면서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정부질의에서 조 장관을 향해 "압수수색을 하는 검사팀장과 통화한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고, 조 장관은 "그렇다. 제 처가 놀라서 연락이 왔다. 그래서 (아내의) 상태가 안 좋으니까 차분히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 상황을 외부에 유출하고 있으며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도 인권 측면에서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검찰이 조 장관에 대한 수사 상황을 야당으로 유출됐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국민이 판단하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1회국회(정기회) 제3차 본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9.09.27.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1회국회(정기회) 제3차 본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9.09.27.kkssmm99@newsis.com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조 장관이 검사와 통화한 것은) 인권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된다"며 "피의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발언이었고, 이 내용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취임사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여당도 검찰에 대한 총공세에 나선 모양새다. 몇차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 지적했지만 여전히 수사 상황이 지속적으로 언론과 정치권에 유출되자 더 이상 묵과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대정부질의에서 검찰 수사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법은 압수수색을 하더라도 개인 기본권의 침해는 최소화돼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11시간이나 압수수색이 계속됐다는 것은 과잉 금지의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지적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단순히 피의사실을 유출한 게 아니고 내통한 것이고 정보를 공유한 것이다. 이런 일이 수사 과정에서 번번이 자행되고 있다"며 "검찰에서 철저하게 조사해 주 의원에게 이런 수사과정을 알려준 장본인을 반드시 색출해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권에서는 조 장관이 검사와 통화한 사실이 공개된 것은 검찰이 수사와 관련한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한 의도로 본다. 조 장관 주변에 대한 수사가 두 달 째에 접어들고 있지만 검찰은 조 장관이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등 핵심 인물들을 기소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2019.09.26.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2019.09.26. misocamera@newsis.com

이런 상황에서 수사 진행 상황이 지속적으로 언론에 보도되자 검찰의 수사 행태에 대한 비판 여론도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2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과도하다'는 응답은 49.1%로 '적절하다'는 응답(42.7%)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더욱 공세적으로 조 장관을 몰아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조 장관은 가족이 수사 대상이 된 법무부 장관으로서 검찰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었지만 검찰이 문 대통령에게 직접적으로 항명한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향후에도 검찰 수사 내용이 언론과 정치권에 유출되거나 검찰이 상급 기관에 항명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청와대도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이 사건 시작부터 피의사실 공표 등에 대한 문제는 상당히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어떻게 그 문제를 그냥 지나갈 수가 있는가. 어느 시점이 되면 정리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때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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