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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문제는 경제, 기술이 답이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9 17:13

수정 2019.09.29 17:13

[여의나루]문제는 경제, 기술이 답이다
세계는 지금 총성 없는 경제전쟁 중이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세계경제가 소위 뉴노멀로 불리는 저성장 시대에 진입한 지도 10년이 지났다. 저성장 고착화로 인해 각국은 자국 일자리를 보호하려는 자국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해지고 결국 미·중 무역전쟁을 야기해 세계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 등 기술혁신이 촉발한 4차 산업혁명이 산업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오면서 세계경제는 한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대변혁기에 돌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외의존도가 큰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이 전년 대비 10개월 연속 감소하고 경제성장률도 둔화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의 경제적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도 기업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반전이 쉽지 않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의 가성비에 밀리고 독일과 일본의 기술에 밀린다. 현 문제의 본질 파악과 이에 대한 해결책이 시급하다. 많은 논점이 있을 수 있겠으나 우리 경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글로벌 경쟁력 약화가 근본적 원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 통하는 제품 혁신, 제품과 서비스의 융합 등 비즈니스모델 혁신을 위해 필수적 기술혁신이 미흡하다. 미·중 무역전쟁, 한·일 갈등도 그 핵심에는 기술경쟁이 있고, 당면한 경제회복은 물론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넘기 위해서도 기술혁신에 의한 글로벌 기술경쟁력이 필수적이다.

글로벌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R&D) 투자 확대가 중요하다. 기술은 장기간의 투자와 축적의 산물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R&D 투자에 대한 정확한 상황인식과 이에 기반을 둔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

우리나라가 R&D 투자는 많이 하는데 성과가 부족하다는 게 세간의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비율이 작년 4.5%로 세계 1위라는 점이 그 근거인데, 여기서 오해가 시작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전 산업에 걸친 경쟁구도를 감안할 때 GDP 대비 R&D 투자비율도 의미가 크지만 R&D 투자 절대금액이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R&D 투자 절대금액은 미국의 16%, 중국의 18%, 일본의 48%, 독일의 75%에 불과해 절대적 열세다. 우리 산업구조가 일본과 유사하다는 점과 세계 시장에서의 일본과의 경쟁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R&D 투자 절대금액을 최소 일본 수준인 현재의 2배가량으로 확대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2020년 정부 R&D 예산으로 전년 대비 17.3% 증액된 24조1000억원이 편성된 것은 적절한 조치다. 물론 많은 지적을 받고 있는 정부 R&D 투자의 효율성 문제는 획기적이고 지속적인 개혁이 요구된다. 다만 우리의 상대적으로 짧은 정부 R&D 투자 역사와 미흡한 기술축적을 고려, 더 중장기적 안목의 지속적 투자와 도전적 R&D문화 조성이 필요하다.

민간의 R&D 투자 확대도 시급하다. 우리 민간 R&D 투자를 살펴보면 삼성전자, 현대차 등 일부 대기업에 집중돼 있고 중소·중견기업은 R&D 투자가 절대적으로 미흡한 실정이다.
우리 제조 중소기업의 평균 R&D비 투자가 매출액의 1.3%, 제조 중견기업이 1.4%에 불과해 글로벌 수준에 도달하려면 최소 2배의 R&D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R&D 투자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세제지원 확대, 기술금융 활성화, 국가출연연구원 및 대학의 기업과제 비중 목표관리 등 획기적인 민간 R&D 투자 확대정책이 시급하다.


문제는 경제이고, 기술이 답이다. 다시 뛰자, 대한민국!

주영섭 고려대 공학대학원 석좌교수·前 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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