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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아무도 통합을 말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9 17:13

수정 2019.09.29 17:13

대통령도 한쪽 편만 들어
나라가 둘로 쪼개질 지경
검찰 개혁을 촉구하고 조국 법무장관에 대한 수사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가 28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열렸다.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가 주최한 촛불문화제엔 최소한 수십만명이 몰렸다. 주최 측은 150만명으로 추산했다. 하루 전인 27일 문재인 대통령은 대변인을 통해 조 장관과 가족에 대한 수사에 대해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 검찰은 성찰해주시길 바란다"고도 했다. 28일 촛불집회는 대통령 메시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반응은 엇갈렸다. 여당 의원들은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민란이 검란을 제압했다"고 말했다. 안민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촛불혁명 시즌2를 예감한다"고 말했다. 반면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문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홍위병 같은 문위병의 나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28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조국 파면 촉구 집회에서 "이 정권을 법정에 세우고 교도소에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다 나라가 둘로 쪼개질 지경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육박전을 벌이는 모습이 마치 준(準)내전 상태를 연상시킨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다. 급기야 대통령까지 이 싸움에 뛰어들었다. 조국 대 검찰 갈등은 대통령 대 검찰 대결로 판이 커졌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문 대통령이 쥐고 있다. 우리는 문 대통령이 어느 한쪽을 편들기보다 국민통합 차원에서 이번 사태를 풀어가길 바란다. 일이 꼬일 땐 초심으로 돌아가는 게 좋다. 문 대통령은 2년4개월 전 취임사에서 "이날은 진정한 국민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진행되는 모습은 국민통합과는 거리가 멀다. 조국 장관 문제를 국민통합 차원에서 보면 답이 보인다. KBS 일요진단 라이브가 27~28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조국 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가 지나치지 않다'는 응답이 49%, '지나치다'는 응답이 41%로 나왔다.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은 남북전쟁(1861~1865년)의 상처를 통합의 정신으로 감쌌다.
그 덕에 미국은 4년에 걸친 유혈 내전에도 불구하고 둘로 쪼개지지 않았다. 링컨이 역대 미국 대통령 평가에서 늘 1~2위를 다투는 이유다.
문 대통령이 링컨의 통합 철학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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