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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제, 투자·소비 양 날개 꺾였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9 17:30

수정 2019.09.29 17:30

투자 둔화 속 관세인상 소비 위축
PCE 전월比 0.1% 증가에 그쳐
성장률 전망도 줄줄이 하향조정
미국 경제 둔화세가 소비로도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투자 위축 속에 그나마 지금껏 미 경제를 지탱해 온 소비마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충격에 고스란히 노출될 위기에 몰렸다. 투자에 이어 소비까지 위축되면 미 경제는 수요 양 측면 둔화 속에 성장둔화가 불가피해진다. 전문가들의 성장률 전망치도 이에따라 줄줄이 하향조정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지난달 소비가 위축되고, 투자는 하강세를 지속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의 소비 위축, 투자 둔화 지속은 세계 경제 둔화와 미국의 관세 인상이 미 경제 모멘텀을 약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날 상무부가 발표한 미국의 8월 개인소비지출(PCE)은 전월비 0.1% 늘어나는데 그쳤다. 미 가계지출을 보여주는 이 지수는 올들어 7월까지는 월평균 전월비 0.5% 증가세를 기록한 바 있다.

지출이 늘기는 했지만 이전 7개월에 비해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된 것이다. 소비지출은 투자가 위축된 미 경제를 지탱하는 두 날개 가운데 하나로 미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2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항목이다. 무역전쟁부터 세계경제 둔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중동불안·홍콩사태 등 온갖 지정학적 불안 속에서도 탄탄한 흐름을 보이던 미 소비가 결국 외부 요인에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소비둔화 우려는 기우라는 지적도 있다. 소비증가율 둔화는 8월 유가 하락에 따른 착시현상일 뿐 소비는 여전히 탄탄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 근거로 서비스 지출이 둔화되기는 했지만 둔화세가 완만한데다 자동차, 가구 등 내구소비재 지출이 증가했다는 점을 꼽는다.

스탠다드차타드(SC)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소니아 메스킨은 "가구와 가계 내구재는 소비자들이 비교적 자신 있을 때 지출하는 경향을 보이는 항목"이라고 지적했다. 또 소비를 지탱하는 원천인 가계소득이 8월 전월비 0.4% 늘었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낮다는 점도 이같은 전망의 근거로 지목된다.

그러나 무역전쟁 심화와 이에따른 관세 인상이 새로운 불확실성을 부르고 있어 소비의 날개가 꺾일 가능성은 상존한다. 이날 공개된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CSI)는 이같은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 이 지수는 8월 89.8에서 9월 93.2로 상승했지만 지난해 9월에 비해서는 6.9포인트 하락해 전년동월비 기준으로 2016년 4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의 무역정책이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답한 소비자들이 사상최고 수준에 육박하는 3분의1에 이르러 무역전쟁과 관세가 소비심리에 타격을 주고 있음이 확인됐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는 3·4분기 소비지출 증가율 전망치를 3.6%에서 2.9%로 하향조정했다. 소비와 함께 경제를 지탱하는 양 날개 가운데 하나인 투자지출은 이날 하락세 지속이 다시 확인됐다.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는 미 3·4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이전보다 0.6%포인트 낮은 1.6%로 낮췄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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