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文, 직접 지휘봉 잡고 검찰 개혁 드라이브…"촛불 민심 무겁게"

뉴시스

입력 2019.09.30 16:39

수정 2019.09.30 16:39

27일 조국 법무장관 불러 검찰 개혁 방안 보고받아 文대통령 "검찰도 개혁 방안 마련하라"…윤석열에 지시 "법무부는 법·제도, 검찰은 관행·문화 개혁의 주체 돼야" 촛불민심 타오르자 대통령이 직접 검찰개혁 지휘 나서 "검찰 개혁 최선" 입장 낸 윤석열에 행동으로 입증 촉구 靑 "조국 수사와 검찰개혁은 별개…수사 위축되지 않아"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법무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후 발언하고 있다. 2019.09.30.(사진=청와대 제공)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법무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후 발언하고 있다. 2019.09.30.(사진=청와대 제공)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안호균 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지휘봉을 잡고 검찰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검찰의 수사 행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데 이어 이번에는 검찰 스스로 개혁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주말 동안 촛불집회 등을 통해 검찰 개혁에 대한 여론이 결집되면서 청와대는 물론 정부와 여당도 속도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30일 청와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검찰 개혁 방안을 보고받았다.
문 대통령이 직접 지시해 업무보고가 이뤄졌다. 법무부는 검찰의 형사부·공판부 강화와 피의사실 공보준칙의 개정 등 최근 마련한 검찰 개혁 방안을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 뿐만 아니라 이날 보고에 참석하지 않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도 개혁 방안을 마련하라는 숙제를 안겼다. 법무부는 법·제도적 개혁을, 검찰은 수사 관행과 조직 문화 등에 대한 개혁을 추진해 달라는 주문이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에 관해 법무부와 검찰은 함께 개혁의 주체이고, 또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법 제도적 개혁에 관해서는 법무부가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고, 검찰권의 행사 방식, 수사 관행, 조직 문화 등에서는 검찰이 앞장서서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검찰총장에게도 지시한다"며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검찰 내부의 젊은 검사들, 여성 검사들, 형사부와 공판부 검사들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권력기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제시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법무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2019.09.30.(사진=청와대 제공)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법무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2019.09.30.(사진=청와대 제공)photo@newsis.com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검찰이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전 검찰력을 기울이다시피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는데도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 검찰은 성찰해주시길 바란다"며 검찰의 조 장관 관련 수사에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검찰에 이 같은 경고 메시지를 보낸 지 사흘 만에 문 대통령은 검찰 스스로 개혁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처럼 대통령이 직접 검찰 개혁을 진두지휘하고 나선 것은 최근 검찰 개혁에 대한 여론이 확산되는 상황과 연관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 주변에 대한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검찰은 수사 상황 유출과 과도한 압수수색 등의 논란에 휘말려 역풍을 맞고 있다. 특히 주말 동안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국정농단 사태 이후 최대 인원이 참석해 '검찰개혁'을 촉구했다.

청와대도 최근 검찰에 대한 발언이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점을 인정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촛불집회 현장에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숫자들이 모였다. 그 현장에 갔던 시민들도, 주최측도, 방송을 통해 지켜보던 그 어떤 누구도 그 정도의 많은 사람이 몰려들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수 많은 사람들이 다함께 촛불을 들고 한 목소리로 (검찰개혁을) 외쳤다는 점에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촛불집회 이후 "검찰개혁을 위한 국민의 뜻과 국회 결정을 충실히 받들고, 그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부터 이런 입장을 수차례 명확히 밝혀왔고,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검찰 개혁을 막기 위해 조 장관을 낙마시키려 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2019.09.30.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2019.09.30. yesphoto@newsis.com

이에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스스로 개혁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소극적으로 국회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개혁 의지'를 보이라는 것이다. 가족들이 수사를 받고 있는 관계로 조 장관의 지휘권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문 대통령이 직접 지휘봉을 잡게 된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 청와대는 조만간 문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검찰에 전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연일 검찰 관련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조 장관 관련 수사가 위축될 수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는 대통령의 메시지와 검찰 수사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조 장관 관련) 수사에 대해서가 아니라 수사 관행의 잘못된 점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런 생각은 비단 대통령 한 사람 만의 생각은 아니다. '검찰개혁이 필요한가'라는 여론조사에서도 찬성 여론은 과반 이상의 높은 숫자를 나타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여당도 검찰 개혁을 위한 조직을 정비하며 속도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검찰 개혁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장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최고위원을 임명했다. 법무부도 이날 법무부와 검찰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등이 참여하는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발족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조 장관으로부터 공석인 대검찰청 감찰본부장과 사무국장에 대한 인사를 건의받고, 이를 수용했다. 대검 감찰본부장은 검찰 내부를 단속하고 공직기강을 바로잡는 자리이고, 사무국장은 인사·예산·복지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직책이다.

그동안 대검 사무국장과 감찰본부장에는 검찰총장과 가까운 인사들이 임명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조 장관 취임 이후 법무부는 두 직책에 인사권을 행사해 검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 했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의 건의를 수용하면서 법무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윤 총장이 추천하지 않은 인물이 대검 감찰본부장과 사무국장에 임명될 가능성도 커졌다.

ahk@newsis.com, kyustar@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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