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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검사 "총장님, 힘센쪽 붙어 편한 길 가지 왜 그러셨나"(종합)

뉴스1

입력 2019.09.30 17:28

수정 2019.10.01 07:42

윤석열 검찰총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19.9.30/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19.9.30/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이 30일 오후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제2기 법무·검찰 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위원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2019.9.3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이 30일 오후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제2기 법무·검찰 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위원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2019.9.3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서미선 기자 = 조국 법무부장관 일가 수사에 반대하며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지난 주말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가운데, 한 현직 검사가 관련 의혹 수사를 지휘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원 사격했다.

장모 인천지검 부천지청 검사(40·사법연수원 36기)는 30일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총장님, 왜 그러셨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힘센 쪽에 붙어서 편한 길 가시지 그러셨느냐"며 반어적으로 안타까움을 표했다.


장 검사는 "임명권자로부터 엄청난 신임을 받아 총장까지 됐는데 그 의중을 잘 헤아려 눈치껏 수사했으면 역적 취급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난 정권 때도 정권눈치 살피지 않고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하다가 여러 고초를 겪었으면서 또다시 어려운 길을 가려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적었다.

그는 "이리 엄정히 수사하지 않았다면 특수수사는 살리고, 검찰개혁에 반대할 만한 이유가 없어 보이는 총장이 검찰개혁에 저항한다는 오명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헌법정신과 법적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려는 총장 때문에 검찰개혁을 원하는 많은 구성원들까지도 검찰개혁 저항세력으로 몰리게 되지 않았냐"며 윤 총장을 압박하는 세력을 우회 비판했다.

장 검사는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윤 총장과 자유한국당과의 '내통설'을 겨냥, "지지율도 높고 총장을 신임하는 여당쪽과 내통하는 게 더 편하지 않느냐"며 "세살배기 아이들도 조금이라도 힘센 사람 편에 서는 게 자기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다 아는데 총장은 왜 그런 의혹을 받느냐"고 안타까워했다.

조 장관이 자택 압수수색 당시 현장 검사와 통화한 사실이 야당발로 폭로되며 '수사개입' 논란이 일자 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한 검찰과 야당 간 내통 의혹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도 검찰개혁 목소리가 분출한 현 상황에 대해선 안타까워하면서도 촛불집회 자체에 크게 동요하지는 않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방에 근무하는 한 검사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는 게 참 안타깝다"며 "수사팀 입장에서도 청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가 진행되는 것을 보며 마음이 편치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검찰은 이미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하면서 압박을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여론에 크게 영향을 받진 않을 것"이라며 "총장님의 메시지도 수사와 검찰개혁은 별개라는 것"이라고 지원에 나섰다.

이 검사는 "1년 내내 대검 앞에서 태극기를 흔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석방하라고 한 분들도 계셨다"며 "억울하다는 사람의 이름만 바뀐 것일 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촛불집회'라는 여론의 압박이 오히려 수사가 '정도(正道)'를 걷도록 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검사는 "국정농단 사건 때는 '늑장수사'를 한다고 욕을 먹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수사를 한다고 욕을 먹는다"며 "기본적으로 정치적 수사는 정치적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가 과도했는지, 절차가 잘 지켜졌는지 비판에 대해 돌아보긴 하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원칙대로 '나오는 대로' 수사를 할 것"이라고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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