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부동산 정책, 시차의 문제일까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30 17:29

수정 2019.09.30 17:29

[기자수첩] 부동산 정책, 시차의 문제일까
과거 한 연예인이 방송에서 "일본에 갔다 와서 시차적응이 힘들다"고 말했다. 하루 걸러 해외공연을 하는 바쁜 일정과 높은 인기에 대한 자랑, 그 와중에 피곤함을 토로한 것이었을 게다. 하지만 일본과 한국은 표준시가 같아 시차가 없었다. 그날의 일은 그에게 '흑역사'로 남았을 것이다.

여행객 혹은 연예인에게 시차가 중요한 것처럼 정책에도 시차가 존재한다. 특히 정책의 시차로 인해 어떤 정부는 칭찬을 받기도 하고, 어떤 정부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과거 참여정부는 '종합부동산세'라는 특별세금을 신설하는 등 총 17회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임기 중 집값이 크게 오르면 실패한 정책이라고 비판을 받았다. 이번 정부 들어서도 크고 작은 부동산 규제가 쏟아지고 있지만 집값 잡기는 묘원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어떤 부동산 부양책을 썼더라도 부동산 가격은 하락했을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현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억제책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고 주장하는 것도 어폐가 있다.

한 예로 작년에 고용률 동향이 발표될 때마다 야당을 중심으로 '역대 최저 취업률' '고용참사' 등 연일 비판이 쏟아졌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실패했다" "일자리정책의 실패"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이는 전체적으로 성숙기에 접어든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요인과 청년인구 감소에 따른 취업률의 자연감소 폭을 고려하지 않은 아전인수식 해석이었다. 반대로 정부는 "올 8월은 역대 최고 수준의 고용대박을 터뜨렸다"고 자화자찬했다. 지난해 취업자수 감소에 대한 기저효과를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방식으로 대응한 것이다.

부동산정책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입장에서는 "부동산정책에도 시차가 있고, 집값안정이라는 방향성은 맞게 가고 있다"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정책의 시차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은 모든 정부가 마찬가지다. 국민들은 정책의 '선의'보다 '결과'에 주목한다.
앞선 두 정부와 비교해 집값이 더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고, 거기에 일정 부분 정책의 판단 미스도 있었다. 필요하면 방향성을 지키면서 시장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자. 그리고 언론과 시민도 '집=서울 아파트'라는 공식을 깨고 '집=사는 곳'으로 사고를 전환하면 어떨까.

hwlee@fnnews.com 이환주 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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