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톨게이트 수납원 노조와 기술적 실업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03 18:02

수정 2019.10.03 18:02

[기자수첩]톨게이트 수납원 노조와 기술적 실업
지난 주말 부모님, 형과 속리산을 찾았다. 운전하는 형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해 돌아올 때는 나도 핸들을 잡았다. 10년만의 운전이었다. 최근 바꾼 형의 차는 운전 중 차로를 침범하려 하면 자동으로 경고음이 울렸다. 10년 동안 자동차 기술도 많이 진보했다. 무엇보다 운전하는 내내 단 한번도 고속도로 수납원을 마주치지 않았다.
통행료 자동결제시스템(하이패스) 덕분이었다.

최근 한국도로공사와 톨게이트 수납원 노조는 3개월째 갈등을 겪고 있다. 지난 8월 29일 대법원이 비정규직이었던 수납원 500여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라고 판단하면서다. 법률적으로 다른 회사인 파견회사 직원들에게 도로공사가 업무지시 등을 해왔기 때문이었다. 이에 1000명 넘는 비정규직 직원들이 '정규직 채용'을 주장하며 또 다른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앞선 근로자들과 달리 이들은 직접 업무지시 등이 없었던 만큼 자회사를 통해 채용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더불어 2020년까지 도입할 예정이었던 '스마트 톨링' 기술도 2022년 이후 단계적으로 도입해 고용감축 충격을 완화하기로 했다.

이 문제는 도로공사와 톨게이트 노조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동화에 따른 이 같은 '기술적 실업'은 앞으로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다. 무인자동차 기술이 상용화되면 트럭 운전사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드론 배송이 실현되면 수많은 배송업체 직원이 실직자가 될 수 있다. 기업들은 해고가 쉬운 비정규직을 점점 더 늘릴 것이다.

바다 건너 미국의 민주당 대선후보 예비경선에 나선 앤드루 양은 18세 이상 모든 미국인에게 매달 1000달러(120만원)를 주는 공약을 제시했다.
자동화를 통한 기업의 추가 수익을 세금으로 걷는 대신 기업들에 '쉬운 해고'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열어주자고 제안한 것이다.

도로공사는 공기업인 만큼 자회사 채용 후 기타 공공기관 지정 추진 등 고용안전판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민간기업이었다면 스마트 톨링 기술을 앞당겨 도입했을 것이다. 수납원 노조도 사옥 점거 등 과격한 무력시위 대신 도로공사가 제시한 다양한 제안을 받고, 그것을 돌릴 수 없게 '확약'을 받는 방식으로 실리를 추구하면 어떨까.

hwlee@fnnews.com 이환주 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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