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항생제 없이 장내 미생물 활용해 콜레라균 물리친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06 12:24

수정 2019.10.06 12:24

정상 조건(왼쪽)에서는 짧은 길이 지방산들이 많이 존재해 외부로부터 침투하는 병원성 세균을 억제하고, 콜린다마이신이 처리된 조건(오른쪽)에서는 아미노 당 분자들이 증가하면서 콜레라균과 같은 병원성 세균의 증식을 촉진시켜 감염이 심하게 진행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연구재단 제공
정상 조건(왼쪽)에서는 짧은 길이 지방산들이 많이 존재해 외부로부터 침투하는 병원성 세균을 억제하고, 콜린다마이신이 처리된 조건(오른쪽)에서는 아미노 당 분자들이 증가하면서 콜레라균과 같은 병원성 세균의 증식을 촉진시켜 감염이 심하게 진행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연구재단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장내 좋은 미생물로 외부에서 침입한 나쁜 균을 제거하는 현상을 밝혀냈다. 이 연구결과는 공생미생물을 활용해 항생제에 의존적이지 않은 감염 치료 전략을 수립할 근거를 제시한 것으로 앞으로 감염 치료용 프로바이오틱스 개발연구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은 윤상선 연세대 교수 연구팀이 생쥐에서 콜레라균에 저항하는 장내 미생물 균주를 찾아내고 이 균주에 의한 감염 저항 현상을 규명했다고 6일 밝혔다.

항생제 저항성 세균 출현의 우려 가운데 장내에 존재 하는 유용한 공생미생물로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을 물리칠 수 있는 감염 대응 전략으로의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사람과 달리 콜레라균(Vibrio cholerae)에 잘 감염되지 않는 정상 생쥐에 항생제 '클린다마이신'를 처리하면 생쥐가 콜레라균에 취약해지는 것에 주목했다.

클린다마이신에 의해 생쥐의 장에서 박테로이데테스(Bacteroidetes)에 속하는 미생물 종들이 사라지는 것을 통해 이러한 미생물 균총의 변화와 콜레라균 감염과의 상관관계를 알아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장내 미생물이 존재하지 않는 무균 생쥐에 박테로이데스 불가투스를 이식하고 콜레라균에 노출시킨 결과 훨씬 더 높은 감염 저항성을 보였다.

나아가 박테로이데스 불가투스에 의한 구체적 감염억제 현상을 밝혀내기 위해 생쥐의 장 속에 존재하는 미생물에 의한 대사산물(metabolite)을 분석했다.

박테로이데스 불가투스가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생쥐의 장에는 짧은 길이의 지방산이 많았으나, 클린다마이신에 의해 이 미생물 종이 사라지면 콜레라균이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영양소(아미노 당)들이 높은 농도로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짧은 길이의 지방산은 콜레라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장내 미생물균총의 변화는 곧 미생물이 만드는 대사체의 변화로 이어지고, 이것이 침입하는 병원성세균을 상대하는 숙주의 감염 저항성을 결정하는 주요 물질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및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이뤄진 이번 연구의 성과는 미생물 분야 국제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 9월 14일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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