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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스토리텔링으로 경영하라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07 17:21

수정 2019.10.07 17:21

[fn논단]스토리텔링으로 경영하라
가을이 오면 구보PD는 수산시장으로 달려간다. 전어 굽는 냄새 황홀하다. 구보씨는가을엔 전어를 찾고, 봄엔 산 낙지를 찾는다. 피자집에선 마르게리타 피자를 찾고, 중국집에선 불도장에 침을 삼킨다. 전어, 낙지, 불도장, 마르게리타 피자, 모두 스토리로 구보씨를 유혹한다.

불도장(佛跳牆) 향기에 도 닦던 스님 담장을 넘었고, 산 낙지 세 마리에 더위 먹은 소 벌떡 일어났다.
이탈리아 통일 후 그 중심에 섰던 북부 사보이왕국의 국왕 움베르토 1세와 마르게리타 왕비는 남부 나폴리를 방문한다. 최고 요리사 돈 라파엘은 환영의 뜻으로 왕비가 원하는 최고 요리를 여쭈었고, 왕비는 가난한 국민 생각에 뭐든 잘 먹는다고 대답했다. 라파엘은 고민 끝에 바질, 모차렐라 치즈, 토마토로 초록색·흰색·빨간색의 이탈리아 국기 모양 피자를 만들어 왕비를 눈물짓게 했다. 그날 후 그 피자에는 왕비의 이름이 붙었고, 이탈리아인 모두가 좋아하는 국민피자가 되었다.

1800년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부하들과 함께 알프스산맥을 넘어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평원으로 진격한다. 잠복해 있던 적은 백마를 탄 그를 향해 화살을 쏘았고, 그 순간 나폴레옹은 행운의 네잎 클로버를 발견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 사건으로 전설로 전해지던 네잎 클로버 행운스토리는 진실처럼 퍼져나가 우리 구보씨는 십년 넘게 지갑 속에 네잎 클로버 하나를 품고 다닌다.

연구에 의하면 스토리는 정보보다 20배 더 힘이 세다. 어느 날 IBM 회장 토마스 왓슨은 임원들과 함께 회사의 1급 정보구역으로 시찰을 나갔다. 마침 그곳을 지키던 20세 신입 보안요원이 말했다. "이곳은 보안배지가 있어야 입장 가능한 보안지역입니다." 회장 뒤에 선 임원이 눈짓을 했지만 청년은 개의치 않았다. "죄송합니다. 원칙입니다." 마침내 임원이 앞으로 나오려는 순간 회장이 손을 들며 말했다. "알겠소! 젊은이" 왓슨 회장은 보안배지를 가지러 집무실로 돌아갔고, 이 사건은 회사 내에 빠르게 퍼져나가 이날 이후 IBM 직원들은 업무를 처리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원칙을 지켰다. 대문짝만한 '원칙준수' 사훈보다 이런 스토리가 20배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생수 '에비앙'과 와인 '로마네 꽁띠'도 모두 그들의 스토리 때문에 왕좌에 등극했다. 조직이든 그 조직이 만든 콘텐츠든 스토리가 붙으면 힘이 세다. 세계 일류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스토리를 경영에 활용했고, 오늘도 스토리텔링을 리더십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나이키, 디즈니, 킴벌리 클라크, 나사, 월드뱅크, 그들은 스토리전문가를 채용하고 스토리텔링을 경영에 도입한 지 오래다. '3M'은 보고서, 정책 매뉴얼 같은 전통적 방식을 금지시키고 전략적 스토리텔링으로 대체했다고 한다.

한국의 많은 비즈니스스쿨은 매년 수백 수천의 졸업생을 쏟아낸다. 그들도 이 칼럼을 읽는 선배 경영인들처럼 경영을 전통적 도식적 시각으로 바라볼지 모른다. 그들도 스토리로 얘길하면 진보적 인간이 아닌 구닥다리 취급을 할지 모른다.

하지만 스토리야말로 힘이 세다. 스토리는 전염성이 강하다.
스토리는 남녀노소 빈부귀천 모두 좋아한다. 스토리는 영감을 주고 창의력을 키우는 열쇠다.
급훈 '올 인'보다 '30분 더 공부하면 남편직업 바뀐다'는 감성 스토리텔링이 훨씬 힘이 세다.

이응진 경기대 한국드라마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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