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질의의 품격’ 사라진 과방위 국감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07 17:54

수정 2019.10.07 17:54

[기자수첩] ‘질의의 품격’ 사라진 과방위 국감
"네이버에 오마이뉴스가 최상단에 자주 뜹니다. 좌파 맞춤형 AI 아닙니까. 예스 노만 답변하세요."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성숙 네이버 대표에게 한 '질의'다. 한 대표는 "그건 아닙니다"라고 설명하려 했지만 박 의원은 "저거 너무 한쪽으로 치우쳤다"면서 "뉴스별 알고리즘을 공개하라고 했는데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 그 편향성을 우리가 지적하는 것이다"라고 말을 끊었다.

이후 박 의원은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을 국회의원(우리)에게 공개할 생각이 있느냐고 반복적으로 물었다. "구글은 왜 공개하느냐"고 물은 뒤 한 대표가 "구글이 뉴스 AI 알고리즘을 공개하고 있습니까"라고 반문하자 "변명하지 말고 답변만 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는 매년 반복되는 국감장의 흔한 풍경이다.
과방위의 올해 국감이 유별난 것도 아니고 박 의원의 질의만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신해 국정감사 대상인 정부 외에도 기업 대표를 국감장으로 호출한다. 그리고 '망신주기' 질문을 한다. 의원 질의에 대답을 하면 호통도 치거나 윽박도 지른다. "예, 아니오만 답변하세요"는 '예의를 갖춘 질의인가'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전문가는 기업 대표를 부르더라도 서비스를 기본적으로 이해하고 질의의 품격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래야 민주주의가 성숙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 눈높이로 봐도 국감장에서 의원들의 질의는 품격과 거리가 멀다.

권헌영 고려대 교수는 "정치인이 스스로 선정적인 매체를 조장하고 있다"면서 건전한 토론으로 여론이 성숙되게 만들어야 할 책임은 정치인에게 있는데 오히려 정치인이 선정적 행태를 조장하는 상황은 민주주의 적"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은 한 표를 행사하면서 내가 뽑은 국회의원에게 호통을 칠 권한까지 위임했을까. 그렇지 않다.

'그 나라 국회의원이 국민의 수준'이라는 말이 있다.
남은 국감 때는 품격 높은 질의가 늘어나는 헛된 희망을 기대한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정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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