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학대받는 아이들, 방치하는 사회]

"엄마 아빠가 제일 무서워요" 학대의 감옥, 집에 갇힌 아이들

<1> 가정학대로 5년간 132명 숨져
3년간 아동학대 3만6302건 신고
이 가운데 1만8건만 경찰에 송치
아동 '징계권' 삭제 필요 목소리

행복만 생각해도 모자랄 우리 아이들의 일상이 위협받고 있다. 5살배기 의붓아들을 살해한 계부부터 아무 이유 없이 지나가는 남성에게 폭행당한 아이까지. 아동학대 신고가 하루 평균 33건에 달하고 가해자는 가족, 돌보미 등 관계를 가리지 않는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아이의 몸과 마음에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이 때문에 사후관리도 중요하지만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파이낸셜뉴스는 끊이지 않는 학대 및 살해 등 아동범죄의 원인을 분석하고, 우리 사회가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 고작 다섯 살이었다. 계부 A씨(26)는 의붓아들을 묶어놓고 때렸다. 손발을 케이블 타이로 감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목검을 들었다. 아이가 의식을 잃자 그제서야 신고를 했다. 소방대원들이 출동했을 땐 이미 아이의 호흡과 맥박이 모두 멈춘 상태였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아들이 말을 듣지 않고 거짓말을 해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말을 듣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아들의 5년 인생은 비극으로 끝이 났다.

#. 아들이 죽기 전날, 엄마는 인터넷으로 '질식사'를 검색했다. 전남편을 살해·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36)의 의붓아들(5·사망) 사인은 '압착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됐다. 경찰은 아들의 얼굴 등을 강하게 압박해 사망하게 한 혐의로 고씨를 지난달 30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엄마 고유정은 "(아들이) 왜 사망했는지 모르겠다"고만 주장할 뿐이다.


■학대로 사망까지…"5년간 132명"

아동폭력이 학대,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잔혹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친권자에 의한 학대뿐 아니라 소년체전 등 스포츠 아동 학대나 유치원 및 보육기관 등으로 범위도 광범위해져 아동이 편히 있을 곳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아동학대 112 신고'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총 3만6302건에 달했다. 연평균 1만2100건으로, 매일 33건의 아동학대가 신고된 셈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경찰이 송치한 아동학대 사건은 1만8건에 불과했다. 이 기간 아동학대신고 대비 송치비율은 27.6%로, 4건 중 1건만 검찰에 송치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동학대로 인해 사망하는 아동도 지난 5년간 132명에 달했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아동학대로 인해 사망한 아동은 연도별로 각각 14명, 16명, 36명, 38명, 28명이다.

매년 늘어나는 아동학대 사건은 부모에 의한 학대뿐 아니라 시설이나 교육기관, 심지어는 묻지마 폭행 등으로도 나타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5월 전국소년체육대회를 현장조사한 결과 코치나 감독이 초·중등 학교 선수에게 고함, 욕설, 폭언, 인격모독 등을 한 행위가 목격됐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경기 종료 후 패배한 선수에게 "그걸 경기라고 했느냐"며 선수의 뒷목을 손바닥으로 치며 화를 내는 행위, 선수가 코치에게 다리부상 신호를 보냈으나 화를 내며 경기에 임할 것을 지시하는 행위 등이 아동학대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부모·보호·교육기관 등 학대 '만연'

지난 7월에는 50대 노숙자가 지나가는 초등학생의 멱살을 잡고 위협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같은 해 9월 부산에서는 밥을 먹지 않는 두 살배기 아동에게 목을 뒤로 젖혀 강제로 밥을 먹이는 등 아동학대를 저지른 보육교사에게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굿네이버스, 세이브더칠드런 등 아동보호 전문기관에서는 최근 일련의 아동학대 사태와 관련, 민법상 아동에 대한 '징계권'을 삭제하는 내용의 캠페인을 하고 있다. 민법 제915조 조항은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아동보호 전문기관 관계자는 "체벌에 허용적인 사회에서는 결코 아동학대가 근절되지 않는다"며 "사소한 징계에서 시작된 아동폭력이 충분히 학대와 살인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