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시간 처벌 유예카드 '고심'…중소기업 56% "준비 안돼"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2019.10.8/뉴스1

(세종=뉴스1) 김혜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주 52시간 제도의 보완책을 지시한 이후 정부가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하지만 50~299인 사업장 처벌을 유예하는 방안 외에는 효과적인 선택지가 없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내년 1월 시행에 들어가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 사업장에 대한 52시간제 계도기간 운영은 국회의 도움 없이 지침 개정만으로 가능하다.

중소기업들은 이에 따라 정부에 계도기간 부여를 적극 요구하고 있다. 제도 시행을 불과 100여일 앞둔 상황에서 52시간제 시행을 위한 현장의 어려움이 막심하다는 이유에서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지난 4일 문 대통령과 회담에서 "자체 조사 결과 중소기업의 56%가 52시간제 준비가 안 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고용부는 39%만 준비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며 "정부와 현장의 인식 차이가 크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고용부는 계도기간 부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하기에도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동시간 단축 현장지원단'의 4000개 업체 실태조사 결과에 기반해 제도 보완 조치를 마련할 방침이기에 현재로서는 계도기간 부여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 않고 있다,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계도기간 부여에 미온적인 이유는 자칫 제도 취지가 훼손되고 노동계가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당초 52시간제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최장 노동시간 기록을 보유한 우리나라의 노동관행을 개선하고 '저녁 있는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해 7월 300인 이상 사업장에 먼저 도입됐다.

그러나 정부는 현장 혼란을 감안해 6개월의 기본 계도기간에 3개월의 추가 기간까지 모두 9개월 동안 관련법에 따른 처벌을 하지 않았다. 노동계는 이에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을 기피하려는 재계의 시도를 사실상 눈 감아줬다며 반발했다.

이번에도 52시간제 처벌이 유예된다면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탄력근로법안 합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등을 둘러싸고 이미 악화될 대로 악화된 노정관계가 또 다시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고용부 관계자 역시 "300인 이상 사업장에 앞서 9개월의 유예를 허용한 만큼 형평성 문제가 있긴 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번 보완책은 최대한 제도 취지를 살리는 차원에서 마련할 방침"이라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내비쳤다.

계도기간 부여 외에 정부가 국회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보완책은 많지 않다.

중소기업들은 처벌 유예에 더해 고용부 고시 개정만으로 가능한 유연근로제 확대 또한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재량근로제 적용 대상을 지난 7월 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 등 업무로 확대한 바 있어 올해 안에 추가적인 완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이와 반대로 국회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대부분의 현장 애로는 해소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여야가 조속히 합의를 보고, 정부는 탄력근로 바깥의 문제를 해결하길 희망하고 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중소기업의 52시간제 현장안착을 위해 탄력근로제 개정법안의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다"며 "(보완책은) 탄력근로 확대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지 더 들여다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