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그들은 왜 그때 지분을 매도했을까

김미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10 16:46

수정 2019.10.11 16:05

[기자수첩] 그들은 왜 그때 지분을 매도했을까
'이익의 사유화와 손실의 사회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 같은 표현을 썼다. 임직원에게 고액의 연금과 상여금을 뿌리던 미국 금융회사들이 경영이 어려워지자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행태를 비판한 말이다.

뉘앙스는 다를 수 있지만 자본시장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부 대주주의 '절묘한' 매도 타이밍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익은 일부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챙기고, 손실은 주가를 끌어올린 개인투자자들이 떠안는 구조다.

최근 바이오업체 신라젠과 헬릭스미스는 임상3상 관련 악재가 발생, 주가가 급락했고 개인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봤다. 신라젠과 헬릭스미스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주가가 떨어지기 전에 보유 중인 주식을 미리 내다팔았다.


신라젠의 신현필 전무는 임상3상의 무용성 평가가 알려지기 한 달 전인 지난 7월 16만7777주(약 88억원)를 매도했다. 헬릭스미스는 임상3상 약물혼용 공시가 나가기 직전인 지난달 23일 김선영 대표의 처남인 김용수 전 대표의 부인이 2500주, 딸이 500주를 각각 17만원대에 팔았다. 공시 직후 헬릭스미스 주가는 4거래일 만에 17만원대에서 7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이들 모두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부당거래는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매도 타이밍과 관련한 시장 안팎의 의혹은 여전하다.

테마주로 주가가 급등한 상장사 대주주의 지분 처분도 반복된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테마주로 급등한 이글벳의 대주주 강태성 사장은 보유주식 30만주를 매도했고, 강 사장의 아버지와 부인도 각각 15만주를 팔았다. 처분규모는 약 63억6000만원이다. 앞서 일본제품 불매운동 테마주로 주가가 급등한 모나미와 소재 국산화 수혜주로 꼽힌 후성 등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났다.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차익실현은 불공정거래에 해당한다.
테마주로 급등한 대주주의 지분 매도는 회사의 가치를 스스로 평가절하하는 행위다. 무엇보다 이들 모두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투자자의 신뢰는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기업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mjk@fnnews.com 김미정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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