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끝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이는 잘 나타난다. 전 세계 축구선수 중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개인에게 수여하는 발롱도르란 상이 있다. '황금빛 공'이라는 뜻인 이 발롱도르는 축구 부문에서 개인에게 주는 상 중 가장 명성 있는 상이다.
발롱도르를 가장 많이 수상한 최다 수상자는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와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다. 메시와 호날두는 각각 발롱도르 5회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들은 축구에서 소위 '신계'에 속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들이 소속한 팀의 성적은 그리 좋지 않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포르투갈은 13위, 아르헨티나는 16위로 마쳤다. 아무리 개인기 뛰어난 선수 한 명이 있더라도 팀을 우승으로 이끌긴 쉽지 않다는 점을 잘 알려준다.
우리나라 정부부처 중에서도 개인기가 뛰어난 장관이 있다. 바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다. 중기부는 문재인정부의 명실상부한 상징 부처다. 차관급 정부기관에서 장관급 정부기관으로 승격된 중앙부처다.
취임 170여일을 맞고 있는 박 장관은 45회 현장방문을 할 정도로 열성적이다. 박 장관은 취임식 때부터 '작은 것을 연결하는 강한 힘'과 '강한 중기부'를 강조해 오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중소기업, 소상공인, 벤처기업,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리더십으로 지원책 마련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중기부의 달라진 위상을 엿볼 수 있는 것은 바로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3개국 순방에서 열린 비즈니스 행사다. 대통령 순방국가에서 중기부가 비즈니스 행사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달라진 중기부의 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는 것도 박 장관 이후 달라진 점이다. 그간 중기부는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바로 받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정책의 주무부처이면서도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한국과 일본의 무역분쟁에서도 '부품·소재·장비 국산화'를 외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 모델 구축에 힘쓰고 있다.
대기업이 스스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을 도울 수 있도록 만든 자발적 상생기업, 일명 '자상한 기업'도 박 장관의 작품이다. 박 장관의 이 같은 광폭 행보에 중기부 위상은 출범 이후 가장 드높다.
다만 걱정인 것은 많은 것들이 박 장관의 개인기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안팎에서나, 중소기업 업계 내외에서 엇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다.
중기업계 한 관계자는 "장관 한 명 바뀌었다고 현 정부 경제정책의 큰 흐름이 바뀔 수는 없지만 박 장관의 능력이 지금 중기부는 물론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큰 힘이 되고 있다"며 "중기부는 앞으로도 계속 존재하겠지만 시스템으로 중소기업 육성책 등이 시스템적으로 지원될 수 있도록 갖춰져야 한다"고 전했다.
개인기 뛰어난 선수가 있는 축구팀이 아닌 팀워크가 빛을 발하는 중기부가 되길 바란다.
kjw@fnnews.com 강재웅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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