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학대받는 아이들, 방치하는 사회]

때리는 부모 피해 도망쳤는데… 다시 그 지옥으로 돌려보냈다

<2>구멍뚫린 아동안전보호망
3년간 재범률 60% 늘었는데 피해아동 보호시설에선 1년~4년까지만 거주 가능
작년 절반이 집으로 복귀

#. 지난달 인천에서 계부 A씨(26)에게 둔기로 맞아 숨진 B군(5)은 2017년에도 계부로부터 상습적으로 학대를 당해 보육원에서 2년6개월간 지내 왔다. A씨는 의붓아들을 보육원에서 집으로 데려온 지 한 달 만에 같은 형태의 범행을 저질렀고, B군은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 아동학대가 재발할 위험이 있음에도 별다른 대책 없이 B군을 집으로 돌려보낸 지자체와 보육원에 비난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 지난 1월 경기 의정부에서 친모 이모씨(34)가 A양(4)을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도 아동보호시설에서 복귀한 지 7개월 만에 일어났다. A양을 포함한 세 자녀는 아동보호시설 입소 1년 만에 가정으로 돌아왔다. 관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세 자녀가 복귀한 이후에도 이씨를 '관찰대상'으로 보고 여러 차례 가정방문을 요청했으나, 이씨가 만남을 미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동학대 재범률이 3년간 60% 가까이 급증했다. 가해자 절대다수가 부모 및 양부모 등으로 조사되면서 아동학대 재발방지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피해아동보호 기간이 최소 1년에 그치고, 친권자의 요구 시 아동을 가정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친권자의 요구를 거부할 강제력이 부족해 피해아동의 의지와 관계없이 가해자의 폭력성향에 따라 재발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아동학대 재범…95%가 부모

10일 보건복지부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 재학대 건수는 총 2543건으로 2년 전(1591건) 대비 59.8% 급증했다. 아동학대 사례 중 재학대 사례 비율도 10.3%로 최근 3년간 가장 높았다.

특히 친부모가 또다시 아동학대를 저지른 가해자 중 91.7%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계부모와 양부모를 합하면 95.4%로 절대다수다. 이는 지난해 전체 아동학대 가해자 중 부모의 비율(76.9%)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아동학대 재발 범죄의 대부분이 피해아동의 가정 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지켜보는 눈이 적기 때문에 상습학대가 이뤄지는 데다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이뤄지는 은밀한 재학대를 국가가 나서 제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학대 피해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명시돼 있으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최소 1년, 최장 4년간의 '피해아동보호명령' 기간이 끝나면 피해를 받았던 가정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데다 부모가 아동에 대한 퇴소를 요구하면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인천에서 사망한 B군도 친어머니가 퇴소를 요구해 집으로 돌아간 사례였다.

■"학대 부모, 강제할 수 없어"

실제 지난해 학대피해아동쉼터에서 보호를 받고 퇴소한 아동이 원가정으로 복귀한 경우는 51.2%(347명)로 과반을 차지했다. 학대 피해아동 보호의 경우 원가정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데다 부모가 양육의지를 보인다면 법원이 피해아동보호명령을 취소할 수 있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측은 "학대 행위자인 보호자가 시설로 찾아와 아동을 집으로 데려가겠다고 협박한다고 해도 제지할 강제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명령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행 여부를 파악하고 불이행 시 합당한 제지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정복귀 후 피해아동 관리에 공적 책임을 강화하고, 지자체 등과 연계해 사례관리체계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재단 측은 "지자체와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협조체계를 구축해 정부가 공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며 "학대가 발생한 가정의 아동, 학대행위자 등에 대한 방문과 상담, 심리치료 등이 의무적으로 이뤄지고 이런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 확충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